보시(布施) 태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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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布施) 태자 이야기
  • 관리자
  • 승인 2007.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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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지금 으로부터 50여 년 전 나의 사춘기 시절에 읽고 나무나 감동을 받았던 책이 있다. 그 책 은 일본사람 구라다 모모조(倉田百三)가 지은 <보시태자의 입산>이라는 책이다.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기도 하여 사방으로 연락해보았으나 구할 수는 없었다.
하고 오래되어서 줄거리도 애매하거니와 공학도인 나의 서투른 글 솜씨로 그 책에 쓰여진 깊은 뜻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없지 않지만 가슴속에 깊이 새겨져있는 보시 태자의 모습을 가능한 한 책에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것으로 내 얘기를 대신할까 하니 해량(海諒)바란다.

봄 향기 가득한 궁전의 뜰에는 많은 시녀들에게 둘러싸인 이제 막 세 살된 어린 태자(왕세 자)가 뒤뚱뒤뚱 조그만 두 발을 옮겨놓고 있었다. 그 이 앞에는 시녀장이 두 손을 앞으로 내밀면서 "아이고 잘도 걸으신다. 아이고 잘도 걸으신다."하며 뒷걸음질 하다가 무엇인가에 걸려서 벌렁 뒤로 넘어졌다.
어린 태자는 깔깔대고 웃으며 시녀장을 일으켜줄 셈으로 그 조그맣고 예쁜 두 팔을 벌리고 비틀비틀 시녀장에게 다가가다가 엉덩방아를 찧고 만다.
손바닥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버리려던 태자는 손바닥에서 꿈틀거리는 새까맣고 조그만 것을 응시한 채 꼼짝도 하지 않는다.
허둥지둥 일어선 시녀장은 태자를 일으키다가 주춤 동작을 멈춘다. 태자의 손바닥에는 개미 새끼 한 마리가 어디를 다쳤는지 버둥거리며 붙어 있었다. 어린 태자의 시녀들은 한참 동안 을 그 예쁘고 조그만 손바닥 위에서 버둥거리는 개미새끼를 애처로운 듯이 지켜보고 있었 다.
다행이도 개미새끼는 조금식 몸움직임이 자유로워지면서 그 자리에서 어지럽게 빙빙 돌다가 방향감각을 찾은 듯 손바닥에서 벗어나려고 이리저리 기어다닌다.
어린 태자는 조심스럽게 재미새끼를 풀잎 위에 내려가도록 해주고 개미새끼가 안전하게 사 라져가는 것을 자비로운 눈으로 살펴보고 있었다.
시녀장은 가슴에 벅찬 감동으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무릎을 꿇고 성스럽게 빛나는 어린 태자의 얼굴을 우러러보며 자비스러운 태자를 모시게 된 행복감에 가슴을 적신다. 태자는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 현철하고 늠름한 청년으로 성장해갔다. 고귀하고 자애로운 품격은 궁성안은 물론이고 온 나라 백성들의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게 되었다. 그리하여 태자는 아름답고 착하고 지체 높은 처녀를 태자비로 삼게 되었다. 그들은 이 세상에서 더없 이 귀여운 왕손자를 얻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태자는 장래에 훌륭한 임금이 되기 위하여 백성들의 사는 모습을 직 접 살펴야겠다고 생각했다. 부하들을 거느리고 궁성 밖으로 나간 태자가 지나가는 길목마다 백성들이 몰려나와 엎드려 절하며 자비로운 태자를 칭송하였다.
태자 일행이 한 모퉁이를 돌아갔을 때였다. 늙어 병든 거지가 길 가에 쪼그리고 앉아있었다.
태자는 부하에게 물었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불쌍하게 앉아 있는가."
"네, 태자님! 저 사람은 늙고 병들었으나 돈이 없어서 약도 쓰지 못하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여 지나가는 사람에게 구걸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태자는 그 거지에게 돈을 주고 싶었으나 가지고 나온 돈이 없었다. 몹시 안타 깝고 미안해하며 말했다.
"오늘은 내가 돈을 가지고 오지 않아 그대를 도와주지 못하겠구나. 다음에 나올 때는 꼭 돈 을 가져다 줄테니 그동안 참아다오."
이 말을 듣고 거지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이 소식을 전해들은 백성들은 "자비로운 태자 님 만세!"를 외쳤다.
궁성으로 돌아온 태자는 즉시 부하를 시켜 그 거지를 도와주게 하였다. 그리고 그 후로는 궁성 밖으로 나갈 때마다 돈을 준비하여 불쌍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리하여 백성 들은 태자를 '보시 태자님'이라 불렀다.
그런데 이것이 어찌된 일일까. 거지가 눈에 뜨일 때마다 돈을 주었으나 오히려 거지들은 점 점 늘어만 갔다. 급기야는 태자가 궁성문을 나서기만 하면 어디서 나왔는지 거지들이 구름 떼같이 몰려들었다.
"자비로운 보시 태자님! 이 불쌍한 거지들을 도와주십시오."
태자를 에워싼 거지들은 애원하며 목청을 높였다.
보시 태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돈과 재물을 그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자신은 빈털털이가 되었다.
'거지들에게 돈과 재물을 나누어 주면 거지들이 없어질 줄 알았는데 왜 거지들이 늘어만 가 는 것일까. 이 불쌍한 사람들을 모두 구할 수는 없을까. 그래 이 모든 사람들을 모두 구할 수 있는 보물을 구해야 한다. 보물이 있다 하니 그것을 구하러 가야겠다.'
이렇게 결심한 태자는 태자비와 어린 왕손자만을 마차에 태우고 길을 떠났다. 태자가 성문 을 나서자마자 한 떼의 거지들이 물려들었다.
그 중 험상궂게 생긴 거지 하나가 "저 상자를 저희들에게 주소서."하며 태자비의 화장품 상 자를 가리킨다. 태자는 하는 수 없이 태자비를 달래어 화장품상자를 거지에게 주게 하였다.
그것을 보고 있던 다른 거지들이 와글와글 달려들어 아기 왕손자의 장난감이며 옷상자며 이 것저것 가릴 것 없이 마차 위에 있는 모든 물건들을 가져가버렸다. 그들은 거지로 변장한 도적떼였던 것을 태자는 알 리가 없었다.
태자는 마차를 몰아 도망치다 시피 그 곳을 빠져나와 산란한 마음을 달래며 길을 재촉했 다. 또 한모퉁이를 돌아서려 하니 그 곳에서도 한 무리의 거지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러분이 보시다시피 아무것도 줄 것이 없지 않느냐." 하며 태자가 텅빈 마차를 가리켰다.
우두머리격으로 보이는 거지가 말했다.
"태자님이 타고 계신 그 마차를 저희들에게 주시면 불쌍한 저희들이 1년간은 굶지 않고 살 수 있을 것입니다."
태자는 말에서 마차를 떼어주고 말안장 위에 태자비와 왕손자를 태우고 손수 말고삐를 끌고 걸어갔다. 그 뒤에도 거지떼는 끝이 없었다. 길목마다 험상궂은 거지떼들이 나타나서 말을 빼앗아가고, 입고 있던 옷과 신발까지 빼앗아갔다. 알몸이 된 태자는 아기를 업고 태자비의 손을 끌며 걸어갔다. 몸은 기진맥진이었고, 발바닥은 찢어져서 피투성이가 되었다.
배고파서 울먹이는 아기를 달래고, 한탄하는 태자비를 타이르며 길을 재촉한다.
"자, 이제는 정말로 줄 것이 아무 것도 없으니 차라리 홀가분하지 않소, 조금만 더 힘을 내 어 어서 갑시다."
그런데 이번에는 눈먼 거지차림의 거지 한 떼가 아기 왕손자를 달라고 떼를 썼다. 자기들은 앞을 못보니 아기를 데려다 길잡이를 시켜 살아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마지막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앉은뱅이 시늉을 한 거지떼가 나타나 태자비를 끌고 가버렸다.
비통하고 처참한 태자는 망연자실하며 정신을 잃었다. 얼마만한 시간이 지났을까. 태자는 정 신이 돌아왔다. 그의 눈 앞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그 건너 저쪽에는 수려한 산이 솟아 있 었다. 재물에 대한 인간들의 탐욕은 끝이 없음을 깨달았다.
'아. 인간의 욕심은 그 끝이 어디일까. 내가 그들에게 진정으로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어서어서 저 강을 건너가자, 저 강건너(彼岸)에는 끝없이 탐욕스러운 사람들의 허기진 마음 을 가득 채워줄 수 있는 보물이 가득하다고 하지 않았는가...'
태자는 희망이 가득찬 눈으로 강 건너 저편 산봉우리에 찬란하게 비치는 광명을 우러러 보 며 힘차게 강을 건너기 시작하였다.

☞ 본 기사는 불광 사경불사에 동참하신 김생호 불자님께서 입력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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