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상담실] 노후의 초상(肖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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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상담실] 노후의 초상(肖像)
  • 관리자
  • 승인 2007.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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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뜰, 열린 상담실

무척 더웠던 여름이 이제 거의 다 지나갔다. 남들은 모두들 휴가를 얻어서 피서를 간다. 해 외로 여행을 간다고들 하였지만, 필자의 경우는 피서는커녕 여름 내도록 마음의 고통에 시 달리게 되었다.

사실 살다 보면 힘든 일도 더러 있었지만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그 동안 환 자들을 상담한 경험에다가 부처님을 생각하고 공부하는 마음을 보태어서 웬만한 난관쯤은 비교적 수월하게 넘겨 온 터였다. 그런데 그런 자부심이 뿌리체 흔들리는 일을 당하게 된 것이다.

문제의 발단은 이렇다.

나에게는 일찍 혼자된 고모가 한 분 있었다. 그 고모는 6남매 가운데 막내였는데 위로는 모 두 오빠만 있었기 때문에 외동딸로서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랐다 고 한다. 얼마나 귀여워했으면 학교를 다닐 때는 할아버지가 도시락을 품안에 넣고 항상 시 간에 맞추어서 가져다 줄 정도였다고 한다. 머리가 좋은 편이어서 그 당시로서는 보기 드 물게 일류 여대를 나왔고, 한동안 교편도 잡았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너무 사랑을 받고만 자란 탓인지 매사에 자기 중심적이어서 사람들과의 대인관계가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까 자연히 친척들과의 왕래가 뜸해서 최근에는 거의 소식 을 모르고 살아왔었다. 그런데 가끔씩 들리는 소문에는 불행 중 다행인지 재복(財福)이 따르 는 편이어서 빌딩도 한 채 가지고 있고, 부동산도 있어서 경제적으로는 풍족하게 사는 편이 라고 하였다.

그런데 어느 날 그 고모에게서 갑자기 전화가 걸려 온 것이다. 그 많던 재산을 사기를 당해 서 하루아침에 모두 날리고, 거의 빈털터리가 되다시피 하여 잠시 아는 사람 집에 머물고 있으니까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말이었다. 참 막막한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옛날 같으면 고모라고 하면 거의 한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이라고들 말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친척들 끼리 한 울타리 안에 살던 대가족제도 때의 이야기이고, 위의 오빠들마저 다 돌아가신 마당 에 과연 어떻게 하여야 한단 말인가. 딱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사촌 형들과 의논을 하였지만, 모두들 자기 한 가족 먹여 살리기에도 바쁜 마당 에 무슨 뾰족한 대안이 있을 수가 없다. 거기에다가 평소에 잘 살던 시절에 남에게 전혀 베 풀지를 않았던 탓인지 아무도 고모를 도와주겠다고 발을 벗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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