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병상련(同病相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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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병상련(同病相憐)
  • 관리자
  • 승인 2007.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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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덕 칼럼

요즘 노인문제가 많이 얘기되는 것을 본다. 특히 나의 경우는 된통으로 앓고 나서부터 이 문제가 절실하게 느껴진다.

아이들은 한 축 않고 나면 철이 든다고 하지만, 노인의 경우는 일생의 미망(迷妄)을 한꺼번 에 확 깨치기라도 했으면 얼마나 좋으리오만, 자각 증상은 매우 심약해진 것밖에 없는 것 같으니 심히 한심하다.

앓고 나서의 첫 나들이는 목욕탕행 이었다. 아들과 손자는 남탕에 들어가고 나 혼자 여탕에 들어왔지만 그들이 나의 보호자격인 것이다. 병 후에 아직 기운이 없어서 다리가 후들후들 하고 동작이 마치 '슬로우 액션' 영화에서 보듯 느릿느릿-속으로 '늙은이'의 어원(語源)이 ' 느리다'에서 온 것을 생각하며 스스로 웃음을 금할 수 없다.

내 혼자 손으로는 때를 밀 기운도 없어서 처음부터 30분 후에 때밀이를 하겠다고 신청을 하 고 욕탕으로 들어갔다. 흠씬 때를 불리자는 심산이다.

욕탕 안은 점심 전 이른 시간이라 한산했다. 몇 사람 있는 중에 칸막이 저편에 앉아 있는한 할머니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내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에 힐끗 이쪽을 쳐다보는데 얼 굴 오른편 쪽에 검붉은 점이 보였다. 나는 가볍게 눈웃음으로 인사를 보냈다.

안쪽으로 자리잡고 얼굴과 머리밑을 물에 불릴 생각으로 천천히 세수를 하는데 또 한 사람 노부인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눈이 마주쳐서 웃음으로 맞았다. 이 부인은 한편 다리와 팔이 불인(不仁)한 것으로 보아서 가벼운 중풍이 온 듯하다. 내가 앉은 같은 줄 입구 가까운 자리 에 앉았다.

몸을 녹일 생각으로 온탕으로 들어갔지만 물이 미지근하다. 나의 느린 동작은 얼른 더운 물 나오는 수도 꼭지에 손이 안 가고 멍청하니 앉았는데 첫 번째 노부인이 몇 분 후에 탕안으 로 들어왔다. 내가 먼저 말을 붙이기를 "물이 안 덥네요." 했더니 그녀가 웃으면서 재빠르게 수도꼭지를 틀면서 "아 이렇게 하면 더워지잖아요!" 한다. 아주 명랑한 목소리에 나도 웃으 면서 "고마워요!"를 하니 두 사람은 익히 친한 사이처럼 편안함을 느낀다. 이 편안함-노인에 게 있어서는 "행복"이란 그리 요란한 것이 아니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심신의 편안 함을 느끼는-이만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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