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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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반 이야기
  • 관리자
  • 승인 2007.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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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처럼 구름처럼

1

충청도 어느 도시에서 짜장면 한 그릇 사먹고 나니 스님의 호주머니는 텅텅 비게 되었다. 만행길에는 돈 떨어진 일이 한두 번이 아닌 터라 낭패일 것도 없었다. 마땅히 머물 곳도 없는 운수객(雲水客) 신세. 그러므로 아무 곳이나 가부좌 틀고 앉으면 내 집이고 선방이다.

도심 속의 공원은 수행자에게는 좋은 적정처(寂靜處). 스님은 공원에서 청량골을 세우고 몇 시간을 꼼짝않고 앉아 있었다. 이를 지켜본 노인네들이 진짜 스님이라며 싸들고 왔던 도시락을 풀어 놓았다. 아이들도 스님과 같이 놀았다.

하룻밤을 공원에서 지샌 다음날에는 도인스님이라고 소문이 났다. 끼니 걱정은 할 게 없었다. 아이들은 과자를 사왔고 어떤 노인들은 쌈지돈을 내놓으며 맛있는 음식을 먹으라고 대접하였으니 말이다.

참선수행으로 이틀을 지내고 있을 때 웬 낯선 청년이 스님을 찾아왔다. 자신을 대학생 불교연합회 임원이라고 소개한 뒤 친구로부터 집 없는 스님이 한 분 계시다는 소문을 듣고 온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리고는 자기 집으로 스님을 모시고 싶다고 밝히는 것이었다. 간청하는 청년을 따라 일어나면서 스님은 나직이 염불하듯 읊조렸다.

"곳곳에 제불보살이 숨어 있었구나."

2

목욕탕 등밀이로 몇 달을 살았던 이야기도 재미있다. 스님이 목욕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때밀이 종업원을 찾고 있었다. 종업원이 어딜 갔는지 나타나질 않자 스님이 슬그머니 일어나 등을 밀어 주었다. 오늘 처음 일을 시작해서 손놀림이 서툴다는 농담까지 섞어가면서.

그 일이 인연이 되어서 육체의 때를 씻어 주는 등밀이 수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언제나 머리를 반질반질하게 깎고 일을 했기 때문에 손님들은 스님은 '도사 때밀이'로 불렀다.

하루는 구두 닦는 아이가 자리를 비운 사이 손님의 구두를 손질하게 되었다. 흰 구두에 검은 구두약을 칠하여 새 신발을 그만 못쓰게 만들었다. 손님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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