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신화 곰녜의 변신(變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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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신화 곰녜의 변신(變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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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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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덕 칼럼, 사람되어지이다(願化爲人)

두터운 구름장으로 갈라진 하늘과 땅

여기는 불모(不毛)의 땅

해도 달도 없는 나라엔 시간이 없다.

처음도 끝도 없는 어둠뿐

바람도 없고 비도 안 내리는

진공지대

죽음의 바다

검은 땅 위에 차거운 돌덩이 산

바위 틈에는 실날같은

물줄기도 없었으니

나무도 풀도 없는 불모의 땅

오직 어둠 속에서 태어난 짐승들의

서로를 잡아먹는 울부짖음만이 있다.

여기는 짐승의 나라, 귀신의 나라

어둠을 먹고 어둠을 토하는

어둠의 생리

어둠 속에서도 더 짙은 어둠을 찾아

캄캄한 동굴 속에 몸을 숨긴다.

한 동굴에 숫범과 암곰이 살았으니

아득한 옛날 어둠 속에서

태어난 짐승

언제 어디서 태어났는지

아무도 모른다.

서로를 잡아먹는 짐승의 삶

그들은 짐슴들의 왕이었으니

이산에서 저 산으로 훌훌 뛰면서

작은 짐승, 먹이들을 찾아 헤멘다.

그들이 동굴 속에 잠든 시간은

요귀(妖鬼)들이 돌 틈에서 나와

난무한다.

그들의 노래는 죽음의 노래

그들의 눈은 푸른 빛이 넘실거리고

그들의 입은 붉은 불길을 내뿜는다.

검은 장막을 몸에 감고

요귀들은 밤을 새워 춤을 춘다.

곰녜는 짐승의 삶이 괴로웠다.

검은 털로 추위를 막아도 막아도

뼛속까지 추웠고

작은 짐승을 잡아먹어도 먹어도

배는 고팠다.

낮과 밤을 모르는 어둠 속에서

곰녜는 짐승의 삶이 괴로웠다.

곰녜는 빛을 몰랐다.

한번도 보지 못한 빛을 어찌 알았으리.

그러나 하늘나라 환웅(桓雄)이

하강하던 날

어둠을 찢은 한 줄기 빛은

곰녜의 환상 속에 역력히 나타난다.

곰녜는 꿈에서 깨어나 동굴 밖으로

뛰쳐나온다.

요귀들은 자취를 감추었고, 사방은

죽은 듯 고요한 시간

곰녜는 하늘을 우러러 발원한다.

"나는 보았노라 한줄기 빛을

정녕코 보았노라 한 줄기 빛을

아아 이 몸은 어둠을 옷입고

죽음의 공포 속에 항상 떠는 몸

아아 내게 단 한줄기 빛만 있다면

아흔아홉 개의 어둠을

능히 참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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