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으로 읽는 현대경영] 선재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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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으로 읽는 현대경영] 선재경영
  • 이언오
  • 승인 2018.06.2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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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 속에 배움을 구하는 원대한 여정
서경배 아모레 퍼시픽 회장

|    선재 동자, 순례 떠나라고 일깨우는 구도자의 상징 

『화엄경』에서 부처님은 조용히 광명만 비춘다. 빛으로 드러나는 우주는 크고 넓다. 극미 구멍에서 내비치는 빛은 오묘하고 아름답다. 화엄 시공간에서 보살들은 초발심이 정각, 모두가 부처, 중중무진 연기, 일즉다 다즉일의 주옥같은 법문을 한다. 하지만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 인드라망, 꽃의 장엄, 물에 비친 달로 비유해 봐도 미치지 못한다. 보통 근기로는 양 많고 뜻 깊은 『화엄경』을 소화하기 어렵다. 

『화엄경』은 마지막 「입법계품」에서 보통 근기들을 끌어안는다. 신분, 종교, 직업, 남녀 불문의 53 선지식이 핵심을 나누어 가르친다. 보살의 10지 수행단계를 10명이 분담해서 설하는 식이다. 선재는 28번째에 보타락가산 수월관음을 친견한다. 관음신앙의 명장면은 후세 수많은 기도처와 예술품에 영감을 주었다. 선재는 어리고 순수한 구도자, 가능성의 존재, 착하다는 선재善哉와 발음이 같다. 중생인 ‘나’도 순례에 나서 화엄법계에 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선재의 별칭은 남순 동자, 남녘을 순례하는 이이다. 시간은 대승 흥기, 공간은 불법의 인도 남부 전파와 관련된다. 선재의 뒤를 잇는 순례자들이 있어 불교가 아시아 중앙과 동남방으로 퍼져나갔다. 예불문의 서건동진은 절반만 맞는 말이다. 서쪽으로 순례를 다녀오고 주체적으로 수용했던 탓에 동쪽 땅에 불법이 뿌리내렸다. 선재는 불교 융성기의 순례 문화를 기억하게 하는 상징이다.

오래전 순례 길은 엄청 고통스러웠다. 현장은 불법을 배우고 불경을 구하기 위해 16년간 20만 킬로미터를 돌아다녔다. 혜초가 해로로 인도에 갔다가 육로로 중국에 돌아오는 데는 4년이 걸렸다. 위험하고 불편했기에 역설적으로 그들의 고행(苦行, 고된 행진)이 돋보였다. 순례는 부처님 진리에 계합하려는 간절한 행원의 실천이다. 개인 순례들이 시공간으로 연결되고 함께 개벽해서 불국토가 완성된다. 선재는 일상을 벗어나 진리를 찾아 순례를 떠나라고 일깨운다. 

 

|    기업 활동은 시련 속에 배움의 먼 길을 가는 여정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사업은 해방 전 개성의 한 부엌에서 출발했다. 서경배 회장의 할머니가 동백 씨앗으로 머릿기름을 만들어 팔았던 것. 좋은 품질이 입소문을 타서 사업은 금방 활기를 띠었다. 서 회장 부친은 가업을 돕고 있다가 징용으로 중국에 끌려갔다. 1945년 9월 8일 현지에서 풀려나자, 감회가 남달랐던지 그 날을 창업일로 삼았다.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서 귀국 후에 사명을 태평양상회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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