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존께서 라자가하의 베르바나에 계시던 어느 날, 밤이 이슥하도록 경행(經行, 참선을 하는 사이사이 쉬기 위해 가볍게 걷거나 운동을 하는 것, 병을 치료하기 위해 하는 경우도 있다.)을 하시는 등 밖에 계시다가 새벽녘에야 발을 씻으시고 방에 드시어 자리에 누우셨습니다.
오른쪽으로 모로 누우시고 두 발을 가지런히 포개시고 잠이 드셨습니다. 잠은 드셨으나 바른 생각<正念>과 바른 지혜<正智>로서 일어나실 때를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그때 마왕이 슬그머니 세존의 곁으로 다가서서,
어찌 잠을 자오.
자는 까닭이 무엇이오.
왜 죽은 듯이 자고 있소.
해가 이미 중천에 떠 있는데……
하고 훼방을 하자 세존께서는,
애틋한 애욕과 탐욕
그리고 집착의 그물은 이미 뚫렸다.
이제 나를 유혹할 아무 것도 없다.
온갖 번뇌 끊긴 <깨달은 이>가 자는데
마왕이여, 어찌 훼방을 놓느냐.
하고 꾸짖으시고 다시 고요히 잠을 이루셨습니다.
마왕은 몹시 괴로운 듯 풀이 죽어서,
세존은 나를 아는 도다.
세존께서는 나를 꿰뚫어 보셨다.
하며 소리없이 자취를 감추어 버렸습니다.
깊은 잠에 드신 세존을 방해하려던 마왕이 오히려 쫓겨 갔고, 세존께서는 비록 잠에 드셨으나 정념∙정지로서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으셨으며 게다가 일어나실 때를 생각하시며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속인들이 입을 헤벌리고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곯아 떨어져 흐트러져 자는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깨달은 이>의 잠자는 모습이었습니다.
애타게 갈구하는 사랑이며 욕망, 그리고 온갖 집착에서 벗어난 <깨달은 이>의 마음은 티끌만한 번뇌도 없는, 그야말로 맑은 가을 하늘처럼 넓고 맑으며 한 점의 티도 없는 수정알처럼 깨끗하고 투명해서 자는 모습, 자는 마음조차 평안과 고요 그대로였습니다.
<깨달은 이의 잠>. 속인은 감히 상상도 못할 고요와 평안, 그러면서도 한 치 한 푼도 흐트러짐이 없어 깨어있을 때와 조금도 다름없는 거룩하신 잠.
이런 잠은 어떻게 이루어는 것일까? 다시 세존의 말씀을 들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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