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울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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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울 것이 없다
  • 관리자
  • 승인 2007.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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禪心詩心

 오늘 아침의 신문기사에 설악산 대청봉에는 벌써 눈이 내렸다고 전해졌다. 그리고 보니 벌써 가을도 깊었고 겨울이 멀지않다는 신호가 있은 셈이다. 담머리에 들려있는 담쟁이 잎이 벌써 빨간 물이 들고 있음이 새삼 시선에 들어온다. 이렇듯 계절의 변함에 따라 만상의 삼라도 변하고 있음을 알게 한다. 여기서 우리는 모든 사물은 항시 변하고 있고 이 변화라는 굴레에서 세월이 덧없느니, 인생이 무상하니 하며 허무감을 느끼게 한다 .

 그러나 이런 생각이나 견해는 어느 공간이나 시간을 잘라 놓고 볼때의 일이지, 영원하고 무한한 시간이나 공간의 하나로 놓고 보면 변한 것이 없다. 담머리의 담쟁이는 지난해도 푸르렀고 또 붉었던 것이다. 변한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성을 드러낸 것 뿐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불생불멸의 진리를 다시 이해하게 된다. 

 능엄경에 이런 말이 있던 것을 기억한다. 

 「너희는 어째서 우물을 판다고 말하느냐. 우울을 메운다고 말하지 못하느냐. 한 삽의 흙을 떠내면 한 삽 만큼 메꾸어지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느냐. 」 흙 한 삽을 떠냈을 때 한 삽이 메꿔진다 함은 과학적으로도 타당한 말이다. 흙 한 삽을 떠낼 때 공기 한 삽이 들어가지 않으면 항우같은 장사라도 그흙을 떠낼 수 없는 것이다. 흙이나 공기의 소재적 이동은 있었을지 몰라도 한 삽이라는 부피의 변화는 없다. 어디에 이동이 되었을지언정 있는 그대로 있는 것이 틀림없다. 

  돌 산이 깎이어 반은 낮아졌기에 그 산이 작아진 줄 알았지만 도시에 돌아와 시멘트 건물이나 큰 집의 돌층계를 보니 돌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있는 장소만 이동된 것이요, 도심의 공기의 부피는 그 작아진 산으로 이동해 간 것을 알게 되었다. 도심지의 건물이 새로 생긴 것도 아니요, 단양의 돌 산이 없어진 것도 아니다. 역시 불생불멸임이 틀림없다. 이렇게 이해할 때, 도심의 새 건물이 섰다 하여 새것이 새로이 생긴 것도 아니요 무한한 시간 속에 항시 존재하였던 옛 돌일 뿐이다. 여기서 다시 찰나가 영겁이요, 영겁이 찰나임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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