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르바나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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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의 문
  • 관리자
  • 승인 2007.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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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 이야기

고등학교 때의 일이다. 어느 선생님께서 반야심경 이야기를 해 주셨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처음 듣는 말이었지만 신기하고 뭔가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너무 좋아서 좀 더 알아보려고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봤지만 모두 무관심이라 실망만 거듭하다 서점과 도서관을 드나들면서 불교와 관련된 지식을 습득했다. 뜻도 모르고 무턱대고 읽기만 하다 보니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그 무렵 삶에 깊은 회의가 왔다.

그때 지리산 보림선원의 백봉 김기추 선생님을 찾아뵙게 되었다. 마침 하계 철야용맹정진이 있었다. 철야용맹정진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무턱대고 선원으로 찾아갔다. 잠 한 숨 안 자고 일주일간 정진한다는 것이었다. 자신이 없어 망설이다가 참가하기로 했다. 아무 것도 모르고 참선한답시고 앉아 있으려니 머리와 팔, 다리, 어깨, 무릎, 발목 등 사대육신 곳곳마다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래도 백봉 거사님의 너무나 평온하시면서도 힘차게 설법하시는 것을 보고 참선을 오래하면 저렇게 되나보다 생각되어 억지로라도 참고 계속했다. 고통을 잠시라도 잊어버리기 위해 상상으로 육신을 죽여 버리기로 했다.

마침 주변에 조그마한 구덩이가 있어 그 곳이 바로 나의 무덤이라 생각하며 내 육신을 그 곳에 던져 버렸다. 좌선을 하다 다리 아프면 “죽은 놈이 아프긴 뭐가 아파!”, 머리 아프면 “이 따위 필요 없는 머리 그만 떼어 가버려!”라고 부르짖으며 며칠을 보내는데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다.

선문염송 첫 구절에 “부처님이 도솔천을 여의지 않고 왕궁에 태어나셨고, 어머님 태중에서 중생제도를 끝냈다.”라는 말이 있는데 백봉 거사님은 이것을 거침없이 풀어내셨다고 했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었다. 참선하는 사람들은 으레 그렇게 말하는 것이라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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