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 속에서 만난 관세음보살
상태바
어려움 속에서 만난 관세음보살
  • 관리자
  • 승인 2007.07.1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집/나의 불교 입문기

지금껏 불교의 문안이라곤 발을 들여 놓아본 적도 없는 나에게는 주어진 입문기라는 제목이 이미 과람하나, 내가 서있는 위치가 어디었던 간에 불교와의 연계속에서 살아온 것은 사실이다.

그것은 한마디로 말해 믿는다고는 하나 화끈한 열정을 쏟아부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불교 아닌 별개의 세계에서 노닌 것도 아닌 미적지근한 상황이었다 해야 되겠으나, 여기까지 온 것도 눈에 안 보이는 인연의 손길이 끊임없이 이끌어 주신 때문임을 나는 알고 있다.

그리고 그 같은 구원의 손길이 내게 미치고 있음을 의식하게 한 것이 관세음보살과의 만남이므로, 그 얘기부터 하자. 20년 전 일이다. 별것도 아닌 일로 나는 아내와 몹시 싸웠다. 그렇다고 손찌검을 하거나 살림살이를 때려부술 위인도 못되므로, 몇 마디 쏘아붙이고는 입을 다물어 버린 것이 고작이었으나, 속으로는 이만저만 화가 나는 것이 아니었다.

생각할수록 분노가 솟구쳐 오르는 중에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도 안 드는 것도 아니었지만, 고개에서 구르기 시작한 수레와도 같아 가속이 붙은 노여움은 오직 노여움에 몸을 맡기는 것 밖에는 달리 도리가 없었다.
 
이튿날 아침, 어디를 좀 다녀오겠다는 말만 남기고 집을 나섰다. 그렇다고 목적지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었으나 고속버스 터미널로 갔다. 밤새 한잠도 못 잔 탓에 휘청거리는 몸을 이끌고 길에 나섰다가 마침 차가 있기에 주워탔고, 어디로 가느냐기에 불쑥 튀어나온 말이 고속버스 터미널 이었을 따름이었다.
 
자, 어디로 갈까. 터미널에 도착하자 나는 잠시 망서렸다. 그러나 이내 전주를 택했다. 신경이 곤두설대로 곤두선 지금으로서는 누구도 만나고 싶은 생각이 안 들었는데, 경상도 쪽은 피난 갔다가 눌러 앉아 꽤 오래 머물러 있었기에 아는 사람도 많아, 비교적 생소한 쪽을 내 딴에 선택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전주가 나의 안식처인 것도 아니었다. 나는 택시를 타고 중심가에 이르러 몇 군데의 다방에 들러보았다. 시설도 좋고 사람도 적어 분위기는 괜찮았으나, 참담한 마음을 안고 있는 처지에서는 편안한 의자가 바로 가시방석이었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