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담긴 바가지 물과 산신이 된 아이-대관령 국사성황 범일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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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담긴 바가지 물과 산신이 된 아이-대관령 국사성황 범일국사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08.1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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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인물열展 - 기다림, 그 위대한 탄생 | 그때 그 사람

대관령 옛길로 간다. 고갯마루 정상에 있는 텅 빈 휴게소, 여름이면 차를 대기가 어려울 정도였건만, 여기가 언제 그토록 번성했었던가 의아스럽다. 새로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이 휴게소는 버려져 있다시피 하다.  
이곳에서 정상 쪽으로 난 샛길을 타고 올라가면 국사성황당이 나온다. 강릉 단오제가 열릴 때마다 성황신을 모시러 오는 곳이다. 음력 사월 보름에 사람들은 성황신을 찾아오는데, 단오제의 핵심은 사실 이 산신맞이에 있다고들 말한다. 1년에 한 번, 성황신은 강릉 나들이를 한다. 여기에는 김유신과 더불어 산신으로 자리 잡은 또 한 사람이 있다. 바로 범일梵日(810~889)이다. ‘국사성황’이라 이름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고, 모시고 가는 이 또한 김유신이 아닌 범일이다. 

| 어머니가 마신 해가 뜬 표주박의 물
사실 승려가 산신으로 모셔지기란 매우 희귀한 일이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이 고개를 내려가 강릉 쪽으로 가야 한다. 들판을 한가히 가로지르는 지방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아연 우뚝 선 당간지주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옛 굴산사의 자취를 알려주는 하나뿐인 표지이다. 
이 마을의 한 처녀가 해가 뜬 표주박의 물을 마시고 임신하여 아이를 낳았다. ‘동정녀 잉태’의 주인공은 옛 이스라엘 선지자의 독점물이 아니다. 해가 담긴 바가지와 임신. 이것의 사실 여부를 따지기란 부질없다. 선사들 가운데 비슷한 이야기가 많은데, 다만 여기서는 아버지가 없는 상태라는 점에서 다르다. 이 지점에서 머리가 좀 복잡해진다. 
이 아이 곧 범일이 출가하여 중국에서 유학하고, 마흔 넘어 고향에 돌아와 거처한 절이 굴산사이다. 지금은 희미한 자취만 남긴 절터이지만, 대관령을 쳐다보며 바다로 달려가는 들판에 덩그러니 서 있는 당간지주 하나만으로도, 누구나 옛날의 위용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덩어리째 돌 하나를 온전히 써서 만든 이 당간지주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다. 
여러 석재를 얼기설기 편집해 놓은 듯한 부도탑이 한쪽 언덕에 서 있고, 거기 가까운 데에 범일의 어머니가 물을 마셨다는 우물 또한 석천石泉이라는 이름으로, 학이 아이를 감싸고 있던 바위가 학암鶴巖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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