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말이 없는가?
상태바
그들은 왜 말이 없는가?
  • 관리자
  • 승인 2007.06.2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모님을 위한 청소년 상담8

혼자 걸어야 한다는 것은

 "아저씨, 사람들은 모두 한 가지 고민을 갖고 있다죠. 저도 한 가지 고민이 있어요. 그러나 이 한 가지 고민이 저의 생활을 온통 엉망으로 만들어버립니다. '소외아', 제가 생각하는 저의 모습입니다.

 물론 소외아란 가끔 가다 볼 수 있습니다. 반에 한 두 명씩은 있으니까요. 저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중학교 때는 반에 한 명에서 세 명 정도까지는 있었습니다. 고등학교에 올라오니 거의 없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엔 소풍을 갑니다. 여태껏 한 번도 결석한 적은 없지만 이번엔 정말 결석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국민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전 언제나 소풍 때면 괴로왔습니다. 점심을 먹을 때마다 누구랑 같이 먹을 것인지가 제일 큰 걱정이었습니다.

 때론 선생님께서 억지로 애들 사이에 끼워주기도 했고, 때론 애들이 혼자인 저를 보고 동정인지 관심인지 같이 앉아주고 같이 먹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전 수치심과 무너져버린 자존심으로 모래를 씹는 기분이었습니다.

 소풍을 한 번 갔다 올 때마다 제 마음은 걸레조각이 되어버립니다. 이제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습니다. 소풍가는 날 뿐만 아닙니다. 점심 시간이나 아침 조회 시간 등 밖에 나갈 일이 있거나 체육 시간 같은 때는 누구랑 같이 짝을 맞추어야 할지 걱정이 됩니다.

 거울에 비치는 내 얼굴과 다른 사람이 보는 내 얼굴, 나는 자신이 없습니다. 땅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걷습니다. 거울을 보면 왜 내가 친구 한 명 없는 '소외아'가 되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애들이 나에게 무엇을 느낄지는 저 자신도 잘 알고 있습니다. 연민과 경멸, 죽고 싶을 정도로 싫은 말입니다. 어렸을 때는 학교애서건 집에서건 무척 많이 울었습니다. 지금도 가끔 울음이 복받쳐 울 때가 있습니다. 사람의 시선을 대하기도 겁이 납니다. 특히 제 또래의 경우는 겁이 나서 오히려 제 쪽에서 피해 버리곤 합니다. 누군가 저에게 다가와 말을 걸어주길 기다리면서도 누군가 다가오기만 하면 전 달팽이처럼 제 몸을 움추립니다.

 아이들이 수군거리는 소리, 깔깔거리고 웃는 소리, 모두 저를 비웃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혼자 있을 땐 때로 자살하고 싶고, 가출해 버리고 싶기도 합니다. 그러나 죽기는 무섭고 살기는 싫습니다. 의외로 많은 아이들이 이렇게 소외감을 느끼며 살아가기도 한다는데, 아저씨께도 소외감으로 괴로와하는 이런 편지가 온 적이 있나요?

 제 가족은 어느 누구에게도 마음을 터놓지 못합니다. 언제나 혼자 걸어야 한다는 것은 제겐 너무 큰 아픔입니다. 현실과 어떻게 싸워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지혜를 주세요. 다른 얘들의 얼굴을 똑바로 보며 걸을 수 있는 자신감을 주세요. 더 이상 소외 당하는 애가 될 수 없습니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