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 여유있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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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 여유있는 마음
  • 관리자
  • 승인 2007.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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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얼 우리 문화

  지안 노 승 대

 부채는 실용품이다. 여름의 무더위 속에서도 그 무더위에 지지않고 마음의 여유를 지키가는 아주 멋있는 실용품이다. 콘크리트 건물 속에서 성능좋은 에어콘을 틀어놓고 시원하게 여름을 보내는 현대인들은 "그 무슨 케케묵은 옛날 이야기냐"고 타박을 주겠지만 이 말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솔직히 말해서 부채 하나로 여름철의 긴 무더위를 몰아낼 수는 없다. 그러나 예전의 우리 선조들은 통풍이 잘되는 모시옷이나 삼베옷을 입고 사방이 훤히 트인 대청마루에 앉아 설렁설렁 부채질을 하면서 잘도 여름을 보내었다.

 또한 그 부채질도 집안에서만 하였지 집 밖에 부채를 가지고 외출하지는 않았다, 만약 자기도 모르게 부채를 가지고 밖에 나갔으면 그대로 부채를 버리기도 하였는데 이는 다른 사람을 대하는 예의와 법도에 어긋났기 때문이다. 집안에 있을 때에도 결코 잔망스럽게 팔을 흔들면서 부채질을 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하면 그 사람이 너무 가벼워 보여서 선비로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대로 받아들여서 보낼 뿐 그 무더위를 쫓아내려고 온갖 방책을 강구하지는 않았다. 자연스럽게 온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온 것이 가면 가는 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선비의 마음 자세이기 때문에 '너무 더웁다' 거나 '너무 답다'고  호들갑을 떨면 마음을 닦아가는 선비의 자세와는 큰 거리가 있는 것이다.

 부채는 여름에만 쓰여지는 물건은 아니다. 판소리  마당에서도 소리하는 이의 손에 어김없이 부채가 들려있고 한마당의 굿판에서도 언제나 무당의 손에 쥐어져 있다. 줄타는 광대의 손에도 있고 어느 때는 부엌의 아궁이 앞에 앉아 있는 아녀자의 손에도 들려있다.

  뿐만 아니다. 부채의 겉면에 그림이나 글씨를 넣어 소유자의 멋을 나타내기도 하고 이별의 정이 안타까워 시나 노래를 적어 주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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