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을 위한 마음은 보잘 것 없지만 인생을 건다
상태바
한 사람을 위한 마음은 보잘 것 없지만 인생을 건다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02.07 01: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감

 
프란츠 카프카는 책임지지 않는 글쓰기로 유명하다. 의미와 문맥을 조금씩 흩트려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오드라덱(Odradek)’도 오리무중이다. 원고지 10장 분량이 안 되는 『가장의 근심』은 대부분 오드라덱에 대한 묘사로 채워졌다. 별모양의 실타래처럼 생겼는데, 말을 할 줄 아는 물건이다. 어린아이와 길고양이의 성질을 반반씩 섞었다. 아무데서나 자는 모습은 영락없이 거지꼴이다. 죽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신神과 대등하다. 다들 쓸모없는 잡동사니라며 무시하지만, 작가는 오드라덱만 생각하면 눈물겹다. 바쁘게 살 때는 잊었다가, 홀로 남겨지면 반드시 나타난다.
 
문득 마주칠 때마다 정체를 묻는데, 녀석의 대답은 기어이 모호하다. 분명한 건 오드라덱을 향한 호기심과 부러움이 커질수록, 가장의 근심은 깊어진다는 것이다. 단서가 있다면 “사멸하는 모든 것은 목표와 행위를 가지며 그로 인해 끝내 으스러지고 만다. 그러나 이 말은 오드라덱에겐 해당되지 않는다.”는 본문 끄트머리의 한 구절. 곧 오드라덱이란 목표를 세우지 않아도 되고, 따라서 목표에 따른 행위로부터 자유로운 존재다. 작고 귀여운 오드라덱은 작고 귀엽게 살아도 되는 삶을 향한 꿈을 암시한다. 슬라브어로 쓴 천진난만 혹은 무위도식.

가장은 생계라는 ‘목표’를 바라보며 부양이란 ‘행위’에 몰입하는 사람이다. 지갑이 빠듯할수록 자녀의 몸집이 커질수록, 생계와 부양 사이에 난 골목길은 더욱 비좁아진다. 자아라든지 동심이라든지 돈이 안 되는 것들은 뛰어놀 자리가 없다. ‘한 집안을 이끄는 어른’이라는 관습적 어의를 따르기엔, 어른이 드물고 어른이란 말이 초라한 세태다. 아울러 돈을 버는 기계로 전락한 인간은 모든 관계를 물화物化함으로써 화풀이를 한다. 생계와 관련된 사람이나 부양에 도움이 되는 사람만 만나게 된다. 지갑과 밥을 먹고 명함과 취미를 즐긴다.

어쩌면 ‘마음을 나눈다’는 말은 ‘마음을 닦는다’는 말만큼이나 뜬구름 잡는 이야기다. 예컨대 정치의 양상은 복잡하고 미묘하다지만, 개념은 본래 간명하다. 경제가 이익을 창출하는 일이라면, 정치는 이익을 분배하는 일이다. 이익이 특정계층에게 몰리도록 생떼를 부리는 것이 독재이고, 이익을 골고루 나눠줘 어느 쪽에서도 말이 안 나오도록 하는 것이 덕치다. 전체주의가 볼썽사나운 까닭은, 이익의 분배는 등한시한 채 국민들의 마음을 억지로 교감시키려는 수작이기 때문이다. 이익을 나누기는 반가운데 마음을 나누기는 부담스럽다면, 그만큼 철이 들었다는 증거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