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고 자연으로 들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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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고 자연으로 들어가다
  • 불광출판사
  • 승인 2012.01.0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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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나라 젠(Zen) 풍경/집

      미드 센추리 모던 집. 벽의 1/3이 모두 유리로 되어 있어 하늘의 변화가 마치 파노라마 벽화처럼 시종 변화한다.

자연을 품은 집, 그리고 무상(無常)
집으로 들어올 때마다, 당신은 마치 모자를 꺼내 쓰고 들판에 나서는 기분이 들 겁니다
.”
미국의 전 세대를 통틀어 대표적 건축가로 꼽히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1931년 그레이클리프(Graycliff)를 짓고 집 주인에게 쓴 편지의 한 구절이다. 그 집은 마치 에리 호수가 거실에 들어와 있는 듯, 온 방향에서 호수의 서정을 나누도록 되어 있다
.
이렇게 자연을 담은 집을 짓는 라이트의 건축을, 세상은 유기건축(Organic Architecture)이라고 부른다. 그는 인간의 주거에 반드시 자연이 함께 머물러야 한다는 신념을 가졌다. 그 철학을 잘 담아낸 집으로 폴링워터(Fallingwater, 낙수)가 꼽힌다. 그의 유기건축이 정점에 오른 1935년에 지어진 건축물로 골짜기 개울 위에 놓인 집이다. 개울물이 집을 지나 폭포가 되어 떨어지는 이곳은,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 인근에 위치한 개인주택으로 미국 건축사 최고의 작품으로 칭송받는다
.
물을 품고 있는 라이트의 집을 보면서 담양 소쇄원과 직지사 관음전 앞을 흐르는 작은 실개천이 떠올랐다. 우리 조상들은 둔덕이 지면 턱을 의지해 집을 앉히고, 개울이 흐르면 물길을 받들어 길을 굽어 돌렸다. 그런 순응하는 낮은 마음이 그의 작업에서도 느껴진다. 혹자는 그의 작업을 자연을 정복하려는 도전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가 건축한 일반 서민주택이나 개인저택을 살펴보면, 집을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유기체로 바라보고 자연과 공존하려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
라이트의 영향력이 일반대중에게로 확산되기 전, 대부분의 미국 집은 빅토리안 스타일이었다. 고딕 스타일, 이탈리안 스타일 등등 여러 형태들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전형적인 유럽 고전형식의 집들이다. 방과 거실, 부엌, 패밀리룸 등이 모두 벽으로 분리된 고립식 구조다. 라이트는 이런 폐쇄적 정서를 무너뜨렸다. 벽이 필요한 곳은 낮은 가림 벽을 설치해 수납장을 넣고, 거실과 부엌 등 공동공간이 한 눈에 들어오도록 경계를 허물었다. 마치 창호발린 미닫이문을 열면 둘셋으로 나뉜 방이 하나의 큰 공간으로 통합되듯 실용적인 분리를 했다. 대청마루 문을 걷어 올리면 안팎의 경계가 없어지듯, 가능한 유리를 많이 사용해 자연을 비춰냈다
.
라이트의 영향을 받은 집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의 흐름을 품고 있다. 마치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무상의 진리를 보여주는 듯하다. 그도 그런 공간에서 농사를 짓고, 건축을 설계하며 삶을 이어갔다. 그의 침실은 한 면이 유리인데, 아침에 눈을 떠 침실 밖을 바라보면 마당에 모셔진 부처님께서 미소 짓고 계신다
.
일본에서도 호텔작업을 한 라이트는 집을 짓고 팔면서 그 집에 어울리는 그림까지 팔았다. 그가 즐겨 권하던 그림이 일본의 우키요에[浮世畵]. 단순한 선의 미학, 내부 장식에 함께하는 불상. 그의 작업에 짙게 배어 있는 동양적 요소들을 볼 때, 서구건축의 현대화를 이끈 힘도 동서의 소통 혹은 의식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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