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심리학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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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심리학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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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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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담

사회 류지호(월간 「불광」 주간)

대담 윤호균(온마음상담원 마음향기 대표), 최훈동(한별정신병원 원장), 전현수(전현수신경정신과의원 원장)

왜 심리학이 강세인가?

류지호 _ 『설득의 심리학』, 『유쾌한 심리학』,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등 심리학 서적이 베스트셀러에 진입하며 강세를 띠고 있습니다. 과거의 심리학은 전문가만 관심을 기울이는 어려운 분야였는데, 지금은 인문분야의 1/4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며 최근 몇 년 동안 눈에 띄게 성장했습니다. 심리학이 연령이나 성별에 상관없이 각광받고 있는 게 요즘 추세인 것 같습니다. 오늘 대담에서는 우리 시대가 급속하게 필요로 하고 있는 심리학을 불교와 관련하여 살펴보며, 현대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유용한 긍정성을 끌어내보려고 합니다. 그러면 먼저 심리학이 왜 이렇게 대중적으로 폭넓은 관심을 끌게 되었는지, 그 원인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윤호균 _ 심리학이 현재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인기를 끄는 건 당연한 추세인 것 같습니다. 해방 후 생존 자체가 문제될 때는 정치, 사회, 역사 등의 거대담론이 우선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후 경제발전, 사회안정 등의 생물학적 요구가 어느 정도 확보되면, 개인의 문제로 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제 개인들이 어떻게 행복하게 잘 사느냐 하는 문제에 집중하게 되는 것입니다. 경제발전 이후, 특히 시장경제가 도입되면서 우리 사회는 커다란 심리적인 소용돌이 속에 빠지게 됩니다. 대가족 중심의 체제에서 완전히 핵가족 중심의 체제로 바뀌었고, 경쟁 위주의 시장경제의 흐름 속에서 경제적인 성공을 위해 엄청난 압박을 받게 됩니다. 아이들은 방치되다시피 하고 학교에 들어가면 엄청난 입시경쟁과 취직경쟁에 내몰리게 됩니다. 자연히 가정생활과 개인생활이 깨지게 됩니다. 그러다가 40~50대에 퇴직을 하고 실업자가 되는데, 그때 엄청난 비애를 느끼게 됩니다. 그러니까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온통 고민 속에 빠져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이런 심리적인 위기 속에서 ‘어떻게 견뎌내느냐, 어떻게 앞서 가느냐’하는 것이 대부분 사람들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거대담론이 사라지고 시장경제 체제에서 경쟁만이 강조되니 그 와중에서 개인의 문제들이 대두되고, 이 경쟁사회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느냐와 관련지어 심리학이 인기를 끄는 게 아닌가 합니다.

최훈동 _ 최근 심리학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는 것은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외양적인 성취로만 치닫다 보니, 내적으로 불안하고 또 행복하지 못한 현대인들의 심리를 반영하는 한 징후라고 생각합니다. 외적인 풍요에도 불구하고 내적으로 빈곤하다고 할까요. 실제로 중년 부부들만 보더라도 경제적으로 문제없고 자녀들도 잘 크는데, 성격상의 조화를 못 이뤄 갈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이러한 심리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래서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졌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전현수 _ 사회가 발전하고 복잡해지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김에 따라 각 개인의 삶이 중요시되고, 자신이 바라는 바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신을 더 잘 이해할 필요가 있어짐에 따라 심리학의 비중이 더 커진 것이 아닌가 합니다. 바쁜 현대인들이 자기 스스로는 삶을 잘 성찰하고 이해하기 어려워, 심리학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 같습니다.

최훈동 _ 보충하면,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가르쳐주지 못한 부분을 배우고 싶어 하는 욕구라고 볼 수 있겠죠. 내면적인 교육이 현재 빈곤하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교육 시스템과도 연관되어 있고요. 교육의 내용에 질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적 요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윤호균 _ 그리고 어찌 보면, 지금 과학이나 문화 등이 굉장히 발달했는데 그것을 효율적으로 누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답을 못 얻은 것 같습니다. 많은 정보에 압도당하고 눌리는 상황 속에서 나름의 지혜를 찾고자 하는 노력이 아닐까 합니다.

인간의 고통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류지호 _ 불교는 그 자체가 심리학이라고 할 정도로 인간 의식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있어 왔습니다. 그렇다면 불교와 심리학은 무엇을 추구하며,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전현수 _ 불교심리는 서양에서 들어온 점이 많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저를 포함한 여러 전문가들이 불교 속에서 정신치료적인 요소를 발견하여 불교와 정신치료를 통합하려는 시도를 해왔습니다. 우리는 불교가 항상 가까이 있었지만 서양은 동양으로 와서 배워야 하니 우리보다 더 절박했던 것 같습니다. 서양은 일찍이 여행자유화가 되었는데, 불교국가를 왕래하며 심리학으로 해결 안 되는 문제를 불교 속에서 찾을 수 있었던 것이죠. 그래서 불교가 심리학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심리학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불교가 보완하는 역할을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최훈동 _ 불교와 심리학이 만나는 저변은 인간의 고통이라는 부분일 겁니다. ‘인간의 고통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는 심리학과 불교의 공통 주제입니다. 불교와 심리학에서 말하는 고통은 현실적·사회적·경제적·신체적인 고통이 아니라 정신적인 고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 고통의 해결이라는 공통 목표를 가지고 있는 불교와 심리학은 동서양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만날 수밖에 없고, 지금 만나고 있고, 앞으로도 만나야 될 것입니다.

윤호균 _ 심리학은 생리적인 기제, 동기, 인지, 적응, 성격 등 인간의 심리 전반을 과학적으로 탐구합니다. 그리고 불교는 인간의 마음을 다룹니다. 그 점에서 심리학과 외형적으로 통할 수 있습니다. 심리학의 목적은 마음의 구조와 기능을 과학적으로 밝히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불교는 마음의 깨달음, 즉 ‘인간이 어떻게 보다 성숙하고 자기를 초월할 수 있는가, 고통을 극복해서 보다 행복할 수 있는가’에 역점을 두고 그것을 위한 하나의 도구로써 마음을 다뤘다고 봅니다. 그래서 목적 자체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전현수 _ 불교가 인간의 몸과 마음의 실상을 아는 데 중점을 두고, 그것을 밝히다 보니까 마음의 실상을 대상으로 하는 심리학과 만나게 되었다고 봅니다. 불교는 몸과 마음의 본질뿐만 아니라 세상의 실상을 그대로 밝힌 ‘큰 집합’인데 비해, 아직까지의 심리학은 그 목적한 바가 불교보다는 적은 ‘부분 집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불교는 큰 집합이니까 누가 와도 뭘 나눠줄 수 있는 것입니다. 거기서 뭔가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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