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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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가족
  • 관리자
  • 승인 2010.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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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향기 / 가족의 힘

할 일이 없어 그저 햇볕을 쬐며 바위틈에 앉아있을 때, 흙길을 줄줄이 이어가는 개미들의 행렬을 발견했다. 작은 몸짓으로 먹잇감을 이고 끊임없이 이어 나르는 행렬, 정말 열심이다. 옆길엔 요염하게 들풀들이 개미행렬을 가로막고 있었다. 개미들은 자신들의 일에 열중하느라 다른 곳을 보지 않는다. 작은 구멍으로 줄지어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가족을 생각했다. 벌레들의 사체를 이어 나르며 여왕개미와 자식들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일개미의 분할된 역할, 어쩌면 이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한 단면이 아닌가 싶었다.

깜깜한 하늘에 쏟아지는 별처럼 도심은 아파트의 불빛을 별로 쏟아낸다. 쉼이 있는 그곳엔 가족들이 모여 있다. 어릴 적 가족을 위한 부모님의 힘겨움을 바라볼 때, 묵묵히 일하는 것이 개미의 행렬 같다고 느꼈다. 성장을 해서 사회인이 되었을 때, 나도 개미가 되어 땡볕 속에서 하루 일과를 보냈다. 개미집에 먹이들이 쌓이듯 재물들이 쌓이고 도심 속에 작은 집도 가지게 되었다. 부모님도 기뻐하셨다. 그렇게 살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지키고 보호하고 싶고 함께 웃고 싶은 가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늘이 캄캄해지던 어느 날 어머니는 간암 판정을 받고 한 달 만에 돌아가셨다. 큰 슬픔이었다. 세상의 아픔이 이보다 큰 것은 없을 것이다. 숨도 쉬지 못할 하루하루를 보내며 우울증까지 걸렸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하면서도 쓰러지는 육신을 다시 일으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홀로 남은 아버지를 바라보니,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일개미들이 자신보다 큰 벌레들에게 밟히고 죽고 하면서도 계속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모습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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