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밥을 먹지만 내가 밥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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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밥을 먹지만 내가 밥을 먹는다
  • 관리자
  • 승인 2010.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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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선(禪)과 함께 이러구러

문득 부처님의 호된 꾸지람을 들었으니,

남의 보배 세어봐야 무슨 소용인가.

-『증도가(證道歌)』

기자는 남의 말을 받아 적는 일로 밥벌이를 하는 사람들이다. 객관적인 현상에 대한 보도 역시 ‘남의 사(事)’에 관한 기록이다. 나의 화복(禍福)과 희비(喜悲)를 기사에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가는 시말서 쓰기 십상이다. 남이 입만 뻥끗거리기를 기다리며 꼬박 8년 반을 살았다. 남들의 꿍꿍이를 파헤치거나 남들의 됨됨이를 미화해준 대가로 월급을 받았다. 인생을 돌이켜보면 나를 위한 일이거나 내가 원한 일은 그다지 돈이 되지 않았다.

조직의 한정된 수익과 지위를 여러 사람이 나눠먹으려니 싸움이 나고 ‘라인’이 생긴다. 긴 세월을 콧구멍으로 먹은 건 아니어서 이런저런 비영리적인 지혜도 터득했다. 이를테면 지구상에 권력과 이익으로부터 자유로운 집단은 없다는 것. ‘운칠기삼(運七技三)’이란 속설이 화투판에서나 떠돌다 말아야 할 빈말은 아니라는 것. 눈치가 밥 먹여준다는 것. 속마음을 들키지 않으려는 속마음 탓에 제풀에 지친다는 것. 참 쓸쓸하다는 것.

‘배워서 남 주느냐'는 해묵은 채근을 들을 때마다 늘 고깝지가 않다. 배워서 남 주는 게 인생이기 때문이다. 뭐든 익혀서 남에게 보여주거나 쥐어줘야 목구멍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다. 김연아는 심사위원들에게 잘 보여 금메달을 따냈고, 국민들에게 잘 보여 막대한 광고수입을 챙겼다. 영업사원은 팀장에게 성과를 쥐어줘야 깨지지 않고, 청소부는 부녀회장에게 깨끗한 단지를 쥐어줘야 타박을 면한다. 시장에든 체제에든 자신이 보유한 지식과 기술을 내다팔아야 하는 게 현대인의 운명이다. 지식과 기술을 보태고 다듬기 위해 학교에 가고 과외를 받으며, 훗날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과외를 시킨다. 외모도 경쟁력을 좌우한다. 이목구비가 엉망이어도 타고난 얼굴만 작으면, 마음을 놓아도 되는 시대다. 돈이 살도 빼준다. 요컨대 자신이 지닌 ‘앎’과 ‘-질’과 ‘꼴’을 남들이 얼마나 인정해주느냐에 따라 몸값이 결정된다. 존재감과 영향력을 향한 열망은 권장되고 세습된다.

너는 나를 몰라

장씨도 기름을 짜고 이씨도 기름을 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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