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세계 그리고 은색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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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세계 그리고 은색계
  • 관리자
  • 승인 2010.04.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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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어유희(禪語遊戱)

만리천위은색계 萬里天圍銀色界 만리 먼 하늘은 은빛으로 에워쌓여

찰라지설화만발 刹那枝雪花滿發 눈 깜짝할 새 가지마다 눈꽃 가득하네

신년 벽두부터 온 세상에 흰 눈이 가득 내렸다. 은세계의 나뭇가지마다 눈꽃이 소담스레 피어난다. 올 겨울 내내 참으로 눈이 흔하디 흔했다. 내린 이후에는 여기저기서 불편한 소리가 들려도 내릴 때만큼은 언어가 끊어지고 모두가 말없이 따스한 눈길로 그저 바라볼 뿐이다. 한강이 얼어붙는 추위까지 겹쳐 장독대 위에 쌓인 백설이 그대로 굳어버려 기상대의 호들갑이 아니더라도 몇십년 만의 기록적인 강설량임을 눈 앞에서 알게 해준다. 칼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종종걸음을 치긴 해도 오랜만에 겨울 같은 겨울이 주는 청량함은 코끝에서 피어오르는 입김을 더 훈훈하게 만들어준다.

오늘같이 몹시 추운 어느 날 스승인 위산 선사는 제자인 앙산 스님에게 물었다.

“날씨가 추운가? 사람이 추운가?”

눈은 얼었고 날씨는 춥다. 그래서 사람도 춥다. 날씨가 추운가 사람이 추운가 하는 상투적인 선문답은 그저 평범한 제자의 한 마디에 그대로 묻혀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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