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밥은 안 먹어도 약은 먹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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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은 안 먹어도 약은 먹습니다 ”
  • 관리자
  • 승인 2010.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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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손길

이 부부는 어떻게 보면 사내 커플이다. 20년 전 한식집에서 같이 일하면서 눈이 맞았다. 남편은 요리사, 아내는 홀 담당이었다. 모든 요리를 척척 만들어내는 남편이 멋있어 보였고, 또한 어린나이에도 붙임성 좋고 똑순이처럼 생활력 강한 아내가 마냥 귀여워 보였다.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되었고 일사천리로 결혼에 이르렀다. 참 행복한 시절이었다. 서로 아낌없이 사랑했다. 남편의 요리 솜씨가 뛰어나 남들보다 보수도 좋았다. 그러나 불과 결혼한 지 1년도 안 되어 남편이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누구보다 건강하던 남편이 갑자기 원인도 모른 채 딴사람으로 변해버렸어요.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한마디로 길거리의 미친 사람이었어요. 자꾸 엉뚱한 말만 해대고, 심지어 땅에 떨어진 음식을 주워 먹기도 했어요.”

정신분열증이었다. 병원에서 정신질환 2급 판정을 받았다. 이후로 주방 일을 손에서 놓게 되었고, 수시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당시 22살이던 아내는 참담한 심정이었다. 너무도 사랑했기에 남편 곁을 떠날 수도 없었다. 주어진 현실을 감당하기 어려운 나이였지만, 묵묵히 이겨냈다. 남편을 간호하는 틈틈이 파출부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해나갔다.

“남편은 언제 어떤 사고를 칠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았어요. 늘 조마조마한 시간들이었어요. ‘내일은 나아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6~7년을 살았어요. 그러다 덜컥 아이가 생겼지요. 우리 형편에 어떻게 아이를 키울까 두려움이 많았지만, 아이는 우리 부부에게 웃음이라는 커다란 선물을 안겨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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