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입에 서강(西江)의 물을 다 마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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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에 서강(西江)의 물을 다 마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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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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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 고전 / 종문무고(宗門武庫)2

  다음날 과연 생각한 대로 공부(公俯)에 이르러 당상에 자리 잡고 앉았다. 신공(申公)이 나아가 맞이하면서 ‘절을 해야 옳을까, 그만 두어야 옳을까?’하고 혼자 생각하고 있노라니 언(言)이 큰소리로 “여 노자(呂老子)야! 냉큼 나오지 않고 절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고 있다니!” 하고 호통을 치니 신공이 절하며 공경히 맞이하였다.

  공양을 마친 후 미래의 일에 대해 물으니 언(言)이 붓을 찾더니 크게 ‘박주(亳州)’라는 두 글자를 써주면서 그 까닭을 말하지 않았다.

  나중에 재상을 내놓고 박주를 다스리게 되었는데, 문서를 정리하던 도중에 홀연히 두 글자가 앞에 있는 것을 보고는 앞의 예언을 깨닫게 되었다.

  ⊙ 진정(眞淨)화상이 동산(洞山)에서 나와 절(浙)지방을 행각하다. 저주(滁州)의 낭야기(瑯琊起 ; 瑯琊 永起선사를 말함. 白雲守瑞의 제자) 화상의 처소에 이르렀다.

  마침 대중이 소참(小參)을 청하자 진정이 제방의 이견사해(異見邪解)를 기탄없이 비방하다. 아래 자리의 기(起) 화상을 보고는 “당두(堂頭)께서 여기 계시군요. 욕한 것은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하였다.

  그러나 기(起)가 “자네라면 그럴 수 있지!” 하자 두 사람이 서로 마주 보고 크게 웃고 떠났다.

  ⊙ 섭현(葉縣)의 성(省 ; 歸省선사를 말함. 首山省念의 제자)화상은 엄격하고 까다로워 납자들이 삼가고 두려워하는 이였다.

  부산 원(浮山遠 ; 法遠圓鑑 선사. 葉縣의 제자)과 천의 회(天衣懷)가 대중에 있을 때 일부러 찾아가서 법을 물었다. 그때는 눈이 내려 몹시 추운 때였으나 성(省)은 욕을 퍼붓고 쫓아내면서 단과(旦過 ; 行脚僧들이 유숙하는 寮舍. 유숙자가 저녁에 와서 아침에 떠난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에 물을 끼얹으니 의복이 모두 젖고 말았다.

  그러나 다른 스님들은 모두 화를 내면서 떠나버렸으나 오직 원(遠)과 회(懷)만이 가사와 의복을 정돈하여 다시 단과에 들어가 앉았다.

  성(省)이 와서 보고 꾸짖으며 “너희들이 진정 가지 않겠다면 내가 너희들을 때리겠다.”하니 원(遠)이 가까이 가서 “저희 두 사람이 수천 리를 마다 않고 일부러 찾아온 것은 화상의 선을 배우기 위해서입니다. 어찌 한 바가지의 물을 끼얹는다고 하여 되돌아가겠습니까. 설사 때려죽인다고 해도 떠나지 않겠습니다.”하였다.

그제사 성(省)이 웃으며 “너희 두 사람이 선을 배우고자 하면 물러가 괘탑(挂搭 ; 건다는 뜻, 휴대하고 있는 衣鉢 등을 僧堂에 걸이에 건다는 뜻. 행각승에게 체재를 허락하는 말로 쓰임)하라.” 하고는 원(遠)에게는 전좌(典座 ; 房屋 이부자리, 음식 등을 맡아 관리하는 소임)의 소임을 맡게 하였다. 이렇게 대중들이 그의 까다로운 성미로 애를 먹었다.

  성(省)이 어느 날 장원(莊園)에 나간 사이에 원(遠)이 열쇠를 훔쳐 메밀가루를 꺼내 오미죽(五味粥)을 끓였다. 죽이 끓고 있는데 성(省)이 갑자기 승당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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