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소임을 살던 7~8년 전 시골의 어느 작은 절에 있을 때의 얘기다. 하루는 절 아랫마을에 사는 노 보살님이 절에 오셨다. 시골에 있는 신도님들은 절에 오는 날은 거의 정해져 있다. 초하루 법회에 오시는 분들은 그래도 자주 오시는 분들이고, 부처님 오신 날 아니면, 정초기도, 칠월칠석, 백중, 동지 등 일년에 대여섯 번 오시는 분들이 거의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왠 일이세요? 보살님.” 하고 물으면서 보살님 얼굴을 보니 안색이 좋지 않다. 그려 또 무슨 안 좋은 일이 있나보다 하고 방으로 모시고 들어가서 “무슨 일 있으세요? 보살님.” 하고 재차 물으니, 노 보살님 눈에 금방 눈물이 그렁그렁해진다. 눈물을 닦지도 않고 한참을 그렇게 우시던 보살님이 “스님, 우리 아들 49재 좀 지내주시오.” 하신다. 나는 깜짝 놀라서 재차 물었다. “무슨 말씀이세요?” 보살님이 계속 우시면서 말씀을 하시는데 내용이 이렇다.
당신 아들이 서울에서 증권회사를 다니는데 돈을 잘 버는가 보다. 이 아들이 그래도 효자라서 어머님 용돈도 꼬박꼬박 잘 챙겨 드리고 명절에 올 때는 고급승용차를 타고 오니, 요즘 말로 잘나가고 있는 셈이다. 어머니가 얼마나 좋겠는가? 골짝나라 시골에서 아들이 서울에 좋은 직장에 취직해서 돈 잘 벌고 효도하니 그야말로 이 보살님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아들 생각만 하면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를 정도로 기분이 좋은 것이다. 그런데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이 아들이 목욕탕에서 샤워하다 비눗물에 미끄러져 넘어져서 뇌진탕으로 그만 죽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부모한테 잘하던 아들이 죽어버렸으니, 이 어머님 심정이 어떻겠는가? 이 노 보살님이 죽은 아들을 가슴에 묻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아들의 49재를 지내기 위해서 절에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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