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행(願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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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행(願行)
  • 관리자
  • 승인 2009.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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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 동불서불(東佛西佛)

  인간은 누구나 꿈을 먹고 산다. 한 장의 복권을 사 모으는 심정도 책갈피 속에 은행잎을 접어 갈무리는 심사도 소박한 꿈의 발로이다. 적어도 복권을 사는 순간만은 어느 누구도 부럽지 않은 꿈을 갖게 되는 것이다. 세상에는 하 많은 꿈이 있을 수 있다. 권력의 정상을 차지하고픈 꿈도 있겠고, 백두산만큼 돈을 모으려는 꿈도 있을 수 있다. 물론 정상에 오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 우여곡절을 견디면서 목표를 향한 꿈을 불태우는 것도 멋있는 삶의 여로일 수 있다. 그런 과정에서 같은 여정을 걸은 선배를 대할 때 존경의 마음도 생겨나게 되고 부러움을 느끼게 되는 일 또한 인지상정이리라.

  불교인들에게 있어서 그와 같은 존재는 바로 세존이신 부처님이다. 출가 재가를 막론하고 우리의 사표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 분의 삶을 관통하는 일관된 집념은 자기완성과 중생제도의 두 가지 각오였다. 이것을 다시 한마디로 요약하면 원행(願行)이 된다. 그 자그마한 가슴속에 천지를 집어삼키는 웅지가 서려 있다. 세치 혀끝에 만인을 감동시키는 신비의 언어가 풍겨 나온다. 그 진한 삶의 여울목을 우리는 오늘도 따라가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불가(佛家)에는 유달리 원행에 대한 가르침이 많다. 잘 알려진 아미타불의 48원(四十八願), 관음보살의 10대원(十大願)에서부터 승만부인의 원에 이르기까지 온통 원행에 대한 설명이 두드러진다. 그 원(願)은 일종의 상황윤리였다. 그 시대의 고난을 이기려는 좌표로서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도 원행이 있어야 한다. 한 달에 한 번 절에 다녀왔으니까 내 할 일 다 했다는 생각은 퍽 위험하다. 법회에 참석해서 법사 장광설을 들었으니 그만이라는 착상도 잘못되었다. 진실로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할 수 있어야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진지하게 음미해야 한다.

  나는 진실한 문제를 가슴에 품은 철학적 인간을 흠모한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유들유들한 얼굴보다는 뭔가 고뇌의 흔적이 서려 있는 삶을 존경한다. 세속적으로 따지자면 인간의 삶은 한없이 무상할 따름이다. 한 남자와 여자가 만나 가정을 꾸리고 토닥거리며 살아가다가 자신들의 분신(分身)걱정에 세월 가는 줄 모른다. 어느 순간 아차 이게 아니구나 하면서도 이미 주워 담을 수 없는 한 평생을 지워버리고 만다.

  그래서 우리는 이 일회적(一回的)인 삶 속의 진실을 찾아 방황하게 된다. 여기에 종교가 필요하고 철학의 즐거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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