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도 냄새보다는 똥 냄새가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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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도 냄새보다는 똥 냄새가 더 좋다
  • 관리자
  • 승인 2009.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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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향기 / 자연과 친해지기

무농약 신선한 채소들을 눈앞에 두고, 매일 밥상에 올리는 것들은 참치찌개, 군만두, 떡볶이, 카레, 돈까스 등 서울에서 먹던 식단과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가을이 되면 지천으로 떨어지는 도토리를 남도 다 하니까 나도 아까워서 줍기도 많이 했는데, 주우면 뭐하나 해먹질 못하는데. 한동안은 뜯으러 멀리가기 싫어서 텃밭에 심자는 생각이 들어서 5일장만 되면 모종과 씨앗을 사다가 심기 시작했다. 가지, 토마토, 호박, 고추, 오이, 피망 등등 심을 것도 많았고, 뿌릴 것도 많았다. 남들 따라 열심히 사다 심었다. 사실 재미있었다.

이것저것 심어놓고 싹이 터서 자라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예뻤다. 근데 처음 시작과는 다르게 나중에 조금만 관심을 딴 데 두면 모두 엉망이 되어버렸다. 오이는 꼬부라져 땅에서 기어다니고, 토마토는 비에 녹아 툭툭 벌어져 못 먹게 되고, 고추도 처음만 따먹지 말릴 줄 모르니 그냥 방치하다보면 고춧대를 뽑지도 않고 봄까지 간 적도 있다. 들은 것은 있어서 생초보가 유기농보다는 자연농이나 태평농법 등을 하려고 하니 작물도 나를 무시하는 듯싶었다.

세월이 지나 남편의 일로 산속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생태적인 개념의 마을을 지향하다보니 친환경 세제, 재활용, 분리수거는 그렇다 치는데 화장실까지 ‘푸세식’(고상하게는 자연발효식)을 사용해야 된다 하니 오줌과 똥을 일상으로 쳐다보아야 했다. 마을사람 둘만 모이면 똥 이야기를 꺼낸다. 온갖 벌레와 지네 등이 집에 들어오고 마당에서 뱀을 보는 것도 일상이다. 길을 포장하지 말자고 해서 비만 오면 미끄러운데다 질퍽대기까지 하고, 경사지를 살려서 집을 지어놓으니 현관까지만 20여 계단을 올라야 한다. 이처럼 여유롭고 즐거운 숲속 생활이지만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것들도 만만치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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