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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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노을
  • 관리자
  • 승인 2009.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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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작소설

  서울에 살면서 하늘도 쳐다보고 노을도 의식한다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 아니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노을이 아름답게 지고 있음을 느껴졌다.

  장독위에 올라가서 간장 된장 고추장항아리 뚜껑을 차례로 덮고 있던 강여사는 붉으스름하게 물든 서쪽하늘을 바라보며 알 수 없는 그리움에 잠겨 있었다.

  그리움이라고 해서 특별히 떠오르는 사람이나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닌데 가슴밑바닥에선 그리움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감정이 노을처럼 서서히 배어들어 왔다.

「엄마 거기서 뭘 해? 정능 할머니 오셨어」

  자신의 감정에 취해서 서쪽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강여사는 고개를 돌려 장독대 아래를 내려가 보았다.

  장독대 밑에는 소연이가 고개를 쳐들고 서서 넋을 잃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엄마를 이상한 눈으로 올려다 보고 있었다.

「누가 오셨어?」

  강여사는 자신의 의식을 현실 속으로 끌어내리며 딸한테 물었다.

「정릉 할머니, 작은 외할머니 말이야」

  소연이는 엄마한테 보고를 끝마쳤다는 얼굴로 이렇게 말하곤 몸을 돌렸다.

「작은 어머니가 웬일이지...」

  강여사는 입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리며 장독대 층계를 서둘러 내려왔다.

  작은 어머니라곤 하지만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신 강여사로서는 작은 어머니가 친정어머니처럼 느껴졌고 그래서 가끔 다녀가시라고 청을 드렸지만 사돈할머니가 계시기 때문인지 작은어머니는 좀 체로 강여사집을 방문하지 않으셨다.

  그러던 작은어머니가 아무 연락도 없이 그것도 해가 다진 늦은 저녁때 오셨다는 게 아무래도 이상하게 느껴졌다.

「무슨 일이 있으셨나?」

  강여사는 마음속으로 약간 불안한 감정을 느끼며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

「할머니 더우신데 이거 드세요」

  먼저 안으로 들어간 소연이가 소파에 앉아계신 할머니 앞에 노란 주스 잔을 놓으며 말했다.

「오냐, 그런데 니 엄마는...」

  주스 잔을 접으려고 몸을 굽히던 작은어머니는 현관층계로 올라보는 강여사와 눈이 마주치자 집으려던 주스 잔을 도로 놓고 강여사를 쳐다보았다.

「작은 어머니 오셨군요. 연락도 없이 어떻게 이렇게 오셨어요?」

  강여사는 반가움을 감추지 못하며 얼른 거실로 올라와 작은어머니 손을 꼭 잡으면서 말했다.

「니가 보고 싶어서 왔다. 시어머니는 어디 가셨냐?」

  작은 어머니는 조카딸이 불현듯 보고 싶어서 찾아오긴 했지만 역시 사돈 할머니가 마음에 거리시는 듯 강여사를 쳐다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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