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이렇게 허물어져선 안 되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 참석한 다음날 아침 일찍 나는 제주도로 날아갔다. 그런데 이 무슨 운명이란 말인가. 아침을 먹기 위해 제주시 연동에 있는 식당(유리네집)에서 다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나고 말았다. 아니 야인 노무현을 만나고 말았다. 1997년 6월 28일 ‘촌놈 노무현’이 이곳에서 갈치구이를 먹었나 보다. 영정처럼 노란색 종이국화꽃으로 테두리를 두른 A3 크기의 종이 위에 ‘촌놈 노무현’은 다음과 같이 썼다.
갈치구이. 어린시절 생각이 난다. 제주에서 고향을 느낄 줄이야.
- 97. 6. 28. 노무현
외로움의 통점을 쓰다듬어주는 관음사 불보살님들
그것을 보니 통점이 다시 아려왔다. 목구멍이 뜨거워졌다. ‘어리숙한 촌놈’ 노무현을 죽도록 사랑해서도 아니고, ‘바보’ 노무현이 환장하게 그리워서도 아니다. 서민적인, 너무나 서민적인,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그의 삶의 궤적을 제주도에서 다시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통점을 누르기 위해 푸로작(항우울제)과 자낙스(항불안제)와 인데놀(신경안정제)를 입안에 한 움큼 털어 넣고 목적지인 관음사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제주도엔 우수(憂愁)가 있다. 그 우수가 어디서 오는 것인지는 몰라도 나는 제주도에 갈 때마다 매번 우수를 느낀다. 그래서 내 외로움의 통점이 오늘 더 심해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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