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피스를 깨끗하게 바꿔 입은 시어머니는 현관마루에 앉아서 구두를 신으며 말했다.
시어머니 음성을 듣는 순간 강여사는 순간적으로 내면의 갈등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것은 시어머니한테 절에 다녀오시도록 용돈을 드릴 것인가 아니면 모른 체 하고 눈을 감아 버릴 것인가에 대한 자기 갈등이었다.
‘네’
강여사는 마음의 결정도 내리지 못한 체 현관으로 나왔다.
‘...’
강여사가 현관에 나와 서자 시어머니는 지팡이를 찾아들며 며느리를 돌아다보았다.
용돈을 줄려나? 의중을 떠보는 시선이었다. 시어머니의 시선을 받는 순간 강여사는 약간의 반발 같은 것이 치밀어 올라와서 모른 체 하고 시어머니의 시선을 묵살해 버렸다. 그러자 시어머니는 용돈 받는 일을 포기한 듯 지팡이를 짚고 대문 밖으로 나갔다.
‘다녀오세요.’
강여사는 시어머니의 등에 대고 형식적인 인사를 했다.
‘...’
그러자 시어머니는 대답도 하지 않은 체 대문을 쾅하고 닫더니 대문 밖으로 사라졌다.
강여사는 똑똑하고 골목 밖으로 멀어지는 지팡이 소리를 들으며 그대로 현관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마음이편치가 않을 뿐 아니라 자기 자신이 싫어지고 짜증스러워 지기까지 했다. 아니 자기 자신이 짜증스러워 진다기 보다는 시어머니와 자신의 관계가 싫고 짜증스러웠다.
도대체 이게 뭐람? 강여사는 허리에 둘렀던 에프론을 풀어서 탁자위에 놓고 쇼파에 가 앉았다.
자기 자신이 시어머니로 인해 이런 갈등을 느끼며 살아야 하는 게 억울해졌다. 억울하다는 감정은 거의 강여사 생애를 지배해 온 일관된 감정이기도 했다.
강여사는 세칭 말하는 홀시어머니의 외아들한테 시집을 왔다. 홀시어머니라도 그냥 홀시어머니가 아니라 시집와서 아들 하나를 낳고 그 아들이 돌도 하나를 낳고 그 아들이 돌도 안돼서 혼자된 그런 홀시어머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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