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끝없이 연결돼 있고 인간은 인간과 자연에 서로 의지해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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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끝없이 연결돼 있고 인간은 인간과 자연에 서로 의지해서 살아간다
  • 관리자
  • 승인 2009.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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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불교단체 탐방-인드라망생명공동체
▲ 농장

인드라망생명공동체의 출발점, 불교귀농학교

산내면에 젊은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10년 전 실상사에 불교귀농학교가 생기면서다. 당시 실상사 주지 도법 스님은 사부대중공동체를 만들고자 했다. 스님들이 생활하는 실상사와 불교적 가치관을 갖고 생활하는 재가자들로 구성된 전통적인 사하촌(寺下村)이 스님이 구상하는 공동체였다. 산내면에 빈 집이 많고 땅은 실상사 농지를 이용해 농장을 만들면 충분히 생활이 가능할 것 같았다.

이런 생각을 하는 도법 스님에게 이병철 전국귀농운동본부 대표가 다가왔다. 당시 실상사에서는 선우도량 결사를 통해 한국 승가가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 중이었다. 1997년 농민운동가인 이병철 귀농운동본부 대표가 선우도량 강사로 초빙돼 왔다가 도법 스님을 만나 귀농운동을 도와줄 것을 요청했다. 도법 스님은 세 가지를 해줄 수 있다고 했다.

“귀농학교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길래, ‘우리는 잘 모른다. 실상사가 할 수 있는 것은 세 가지다. 땅을 내놓겠다. 밥은 우리와 같이 먹으면 된다. 공간을 활용해라. 하지만 교육이나 인력은 당신들이 책임져라.’고 했다.”

세 가지밖에 없다고 했지만 사실은 전부를 해 준 셈이다. 인드라망생명공동체는 이렇게 출발했다. 목적을 두고 과정을 치밀하게 세워 의도대로 움직인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서 이뤄지고 만들어진 것이다. 단 하나 있는 원칙은 세상은 끝없이 연결돼 있고 인간은 인간과 자연에 서로 의지해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처음에 귀농자들은 도시를 피해 도망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이향민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사무처장은 “마침 IMF로 한국 경제가 침체되면서 도시에서 생활 기반이 무너진 사람들이 속출했다. 처음 귀농학교에 들어온 사람들은 농촌이 좋아서가 아니라 도시에 머물 수 없어 그 탈출구로 삼았다.”라며 초기 귀농자들은 모두 도시로 돌아갔다고 한다.

귀농학교는 현재 세 분야로 운영하고 있다. 교육기관인 서울의 불교귀농학교와 실상사 실습학교 그리고 지역정착을 돕는 현장학교다. 불교귀농학교는 봄 가을 2회씩 주로 도시 직장인들이 수강한다. 이향민 사무처장은 “막연하게 귀농을 생각하긴 하지만 구체적인 실천으로 옮기기엔 아직 두려움이 많은 분들이나 퇴직 후 새로운 삶에 대한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이론과정을 마치면 실상사 귀농학교에 입교한다. 현장을 체험하며 농사에 필요한 기술을 배운다. 2006년 만든 현장귀농학교는 봉화, 횡성, 산청, 공주, 문경, 강화, 벌교 등 전국 12개 지역에 만들었다. 현장에 정착한 귀농자를 후견인으로 학생 1, 2명이 1년 동안 현장에서 생활하는 정착지원과정이다.

농촌에서의 삶을 가능케 하는 선순환 구조의 정착

귀농이 시작되면서 두 가지 문제가 자연스럽게 생겼다. 하나는 귀농자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할 판로 망과 아이들 교육문제였다. 귀농자들은 원칙적으로 유기농법을 이용한다. 그런데 해당 농산물을 3년 이상 생산해야 친환경 인증을 받을 수 있다. 농사 경력이 일천하고 기술이 현지 농민들보다 뒤떨어져 시장에서 경쟁력도 없다. 정착할 동안 3~4년간 별도의 판매망이 필요했다. 이 같은 현실적 필요성과 도시와 농촌의 상호 보완이라는 가치를 실현하는 방안으로 불교 생협을 만들었다. 봉은사, 능인선원, 수원사, 석왕사 등 4개 사찰에 생협을 두고 있다. 생협은 매장과 조합원 3~5명이 참가하는 ‘망’으로 구성된 인드라망생협, 그리고 대형 물류센터를 두고 직접 구매와 판매를 겸하는 불교생협연합회 두 가지가 있다. 생협은 몇 해 전부터 친환경 쌀을 공양미로 올리자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봉은사가 공양미 전부를 친환경으로 대체한 것을 비롯 20여 사찰이 동참하고 있다. 생협은 도시와 농촌이 서로 돕고 공존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지만 도심 사찰의 인식, 동참 부족으로 만족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귀농학교와 생협이 농촌 삶과 직접 연결된 사업이라면 작은학교는 그 파생물이다. 가장 중요한 고리이기도 하다. 귀농자들 대부분은 30~40대 가장들로 아이들 교육에 한창 몰두할 때이다. 귀농자 자녀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곳이 실상사 작은학교이다. 귀농학교가 상황이 흘러가며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듯이 작은학교 역시 어느 원력을 가진 대안교육 전문가가 만들고 지금껏 이끌고 있다. 다시 도법 스님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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