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불교미술] 불전도(佛傳圖)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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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불교미술] 불전도(佛傳圖) 8
  • 이기선
  • 승인 2009.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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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불전도(佛傳圖) - 고행(苦行-설산수도상)-시트리 출토의 ‘고행의 석가상’-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은 싯달타태자가 출가한 뒤 6년간에 걸친 고행의 모습을 조형화(造形化)한 것으로, 간다라 조각 가운데 걸작품의 하나로 손꼽히는 시크리(Siki) 출토의 「고행(苦行)의 석가상(釋迦像)」이다. 이 작품은 현재 파키스탄의 라호르(Rahore)박불관에 소장되어 있는데, 이 박물관은 간다라 조각의 명품을 많이 수장하고 있어 유명하다.

구도의 길을 찾아 왕궁을 뛰쳐나온 싯달타는 우선 가까운 숲으로 들어 갔다. 그은 어떤 나무 아래 단정히 앉아 정신을 한 곳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싯달타는 죽어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최초의 싸움에 임했다. 머리 위로 태양이 높이 솟아 올랐다. 싯달타는 심한 갈증과 배고픔을 느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이름 모를 새들이 지저귀고 이따금 사나운 짐승들의 포효가 멀리서 혹은 가까이서 들려왔다. 그러나 뜻을 굳게 세운 싯달타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해가 기울고 어두운 밤이 되어도 그곳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오로지 정신을 한 곳에 집중시키려고 애썼다. 그러나 지나간 온갖 기억들이 되살아나 그의 머리 속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밤이 깊어 갈수록 숲은 무거운 정적으로 가라앉았다. 이렇게 하여 첫밤을 지새고 나자 싯달타는 처음으로 자기의 뜻대로 수행이 되는 듯한 색각이 들었다. 그러나 번거로운 기억들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같은 상태가 계속되었다. 허기가 져서 참을 수 없게 되면 가까이서 흐르는 개울물을 마실 뿐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 그렇게 하면서 싯달타는 이 우주의 진리를 깨닫지 않으면 안된다고 더욱 결심을 다졌다.

어떤날 밤은 비가 내렸다. 비가 개고 나서는 쌀쌀한 바람이 숲을 몰아쳤다. 비에 흠뻑 젖은 싯달타는 이가 딱딱 부딪치도록 추위에 떨었다. 더구나 속이 비어 추위를 이겨내기가 어려웠다. 순간 왕궁의 따뜻한 방안 생각이 났다. 싯달타는 부질없는 생각을 떨쳐 버렸다. 그리고 어떠한 유혹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런 상태로 꼬박 한 주일은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러나 깨달음을 얻지는 못했다. 깨달음이 그리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혼자서 진리를 구하는 것보다 수행의 힘이 뛰어난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너무 조급하게 굴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차근차근 닦아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대로 같은 자리에만 앉아 있는 것이 아무런 소득도 없다고 생각한 싯달타는 여드레만에 그 자리를 떨치고 일어났다. 그리고 숲에서 가까운 마을로 밥을 빌러 내려갔다. 싯달타는 이제 완전한 수행승의 되어 버린 것이다. 해진 옷을 걸치고 얼굴은 여위어 걸음걸이도 휘청거렸다. 그러나 그 눈은 빛나고 얼굴에는 맑고 깊은 의지의 빛이 배어 있었다. 몸은 비록 참기 어려운 고통을 겪고 있었지만 마음은 차분히 가라앉아 새로운 희망을 지닐 수 있었다.<한글「불교경전」가운데서 옮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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