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나의 손아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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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나의 손아귀는
  • 관리자
  • 승인 2009.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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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수 그늘

 에게 [ 신앙이 있느냐?] 고 묻는다면 당장은 망설일 것이나, 조상 누대로 불가(佛家)로서의 명분을 세워 온 터라 결국은 불교쪽이라고 대답하게 될 것이다.

 어릴 때부터 [ 개고기를 멀리하라]시는 어머님의 간곡하신 설법 덕분에 지천명(知天命)을 훨씬 넘어 선 이제까지 보신탕 기호인들과는 별로 자릴 함께 하지 않았다.

 남달리 허약 체질인 주제에, 뱀이고, 무엇이고 간에 닥치는 대로 먹어치워도 신통찮을 파국인데, 바로 어머님의 타이르심은 식생활 기호에 대해 쐐기를 박고 말았던 것이다.

 인간의 신체적 전승기는 아무래도 20 ~ 30대를 손꼽게 된다.

 그런데 나의 경우, 50살을 넘고 봐도 체중의 차이는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 고작 50kg에 불과하니 이에 더한 골센님형이 또 어디 있으랴.

 그저 돼지같이 먹고 풀썩풀썩 엉덩방아를 찧어가며 두리두리 모나지 않게 살았던들 오늘날 나의 재산세액도 남에게 되지질 않았으리라 생각하니 조금은 숨통이 차오르는 것 같다.

 본시 돼지란 놈은 눈치도 염치도 없이, 아니 인정 사정도 없는 무소불식 주의자라서 살이 찌기 마련이나, 사람 돼지는 처신 양상이 약간 다를 뿐, 먹는 방식은 꿀꺽꿀꺽 동일하다.

 눈치 코치 염치 체면을 순교자 이상으로 신봉하는 체 하는 능청스러운 점이 말이다.

 이렇게 비유할 때,  순수면에 있어선 오히려 돼지쪽이 휠씬 우위한 것임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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