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렁그렁 눈물 맺히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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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렁그렁 눈물 맺히는 삶
  • 관리자
  • 승인 2009.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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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손길

따사로운 봄 햇살이 자꾸만 마음을 밖으로 치닫게 한다. 상큼한 봄 향기에 오감이 즐거워지는 계절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간을 햇빛 한 줌 들어오지 않는 지하 셋방에서 고통으로 감내하는 삶이 있다.

유소영(40세) 씨의 첫 모습은 푸근한 표정의 동네 형 같았다. 친근하게 다가오는 미소에 착한 심성이 묻어난다. 겉으로 보기엔 그에게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 그는 불혹의 나이에 인생의 가장 힘든 고비를 넘기고 있다.

열한 살이던 1980년, 경기도 성남에서 재개발사업을 하던 아버지가 부도를 맞으면서부터 기나긴 고난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아버지는 빚 독촉에 쫓겨 집을 나간 후 연락이 두절되었다. 어머니는 먹고 살기 위해 갖은 고생을 다하다, 지인으로부터 일본에 가면 일자리가 많다는 얘기를 듣고 일본으로 출국하였다.

이후 유소영 씨는 동생과 함께 외할머니 손에 맡겨졌고, 어머니는 일본의 식당에서 일하며 생활비를 보내왔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1987년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마음을 못 잡고 정처없이 세상을 떠돌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아버지가 얼마나 괴로웠을까 이해는 하지만, 그렇게 무책임하게 살고 싶지는 않았지요.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었지만, 그저 몸뚱아리 하나만으로도 세상과 부딪치며 열심히 살려고 했습니다.”

그는 처음 사회에 나와 음식 배달부터 시작했다. 무슨 일을 하든 밝은 표정으로 최선을 다하니, 어디서건 눈에 띄었다. 성실함을 인정받아 여기저기 식당에서 데려가려 했고, 한정식집의 총 관리자 위치까지 오르게 되었다. 사는 게 너무 재밌고 즐거웠다. 봉급도 차곡차곡 모아 목돈이 만들어지고, 그를 잘 따르던 종업원 아가씨와 결혼하여 예쁜 딸아이도 낳았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어려서부터 식당일을 하며 제 장사를 하는 꿈을 갖게 되었습니다. 돈이 모아지고 여러 환경이 이제 됐다 싶어, 동생과 함께 호프집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술장사 경험이 없는 데다 어리고 의욕만 앞선 탓에, 2년도 안 되어 재산을 다 날리고 가게를 접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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