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구원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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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구원논리
  • 관리자
  • 승인 2009.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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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불교에서 본 구원의 의미

구원의 논리

인간이 사는 곳에는 언제나 ‘문제’가 있다. 고통스러운 현실에서부터 야기되는 여러 문제들 뿐만 아니라 관념적인 것들에 이르기까지 인간들은 그 문제들에 직면해 있다. 삶이란 결국 그 문제들에 부딪히면서 부단히 그것을 극복하려는 여정(旅程)이라고 이해될 수 있다.

  따라서 종교적 의미의 구원은 ‘바람직스럽지 못한 현실에서의 탈피’를 목표로 하고 있다. 불교에서는 이것을 해탈(解脫 Moksha)이니 혹은 열반(涅槃 Nirvana)이니 하는 경지로 부르고 있다. 그러나 해탈의 논리에는 언제나 이율배반이 잠재되어 있다. 즉 현실을 벗어난다거나, 지극한 경지를 증득(證得)한다는 것은 반드시 논리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논리적일 수 없다는 점에서 합리적일 수 없기 때문에 언제나 해탈은 ‘초논리적 성격’을 띄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불타(佛陀)의 가르침은 고통스러운 현실의 직시(直視)에서 비롯된다. 잘 알려진 사제팔정도(四諦八正道)의 가릋침은 고통스러운 현실에 대한 자각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자각은 언제나 허무의 심연을 통해서 샘솟는다. 무엇하나 부러울 것없는 삶속에서는 이와같은 자각은 싹트지 않는다. 인간 석가가 왕위(王位)를 버린 것도 마찬가지 이유이다. 만인지상(萬人之上)의 유복함 속에서 고통의 자각은 언제나 관념적으로 맴돌 뿐이다. 한조각 빵을 위하여 자존심을 걸레처럼 버려야 하는 처절한 생존의 와중에서라야 이 고통의 현실은 실질적으로 부각된다는 뜻이다. 석가의 6년고행은 바로 그와같은 자각적 여로의 일부였다. 따라서 어떤 의미에서건 인간은 다소 고독해져 볼 필요가 있다. 고독을 통해 인간은 스스로에게 잠재된 그 허무의 심연(深淵)을 응시할 수 있는 것이다. 요사이의 우리들은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기 보다는 배부른 돼지가 되려고 발버둥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볼 일이다.

  불교는 그 해탈의 기반을 인격의 내부에서 찾은 위대한 가르침이다. 근본불교에서는 삼독(三毒)의 존재가 삼학(三學)으로 화현한다. 대승 불교식으로 말한다면 내 안의 가능성, 그 여래의 씨앗을 일구는 일이 되는 것이다. 그때 비로소 풀섶의 이슬처럼 무상한 인간존재는 영원으로 비상(飛翔)해 가는 것이다. 따라서 철학적 구조로서만 논한다면 불교의 구원은 명백히 자력적(自力的)특성을 지닌다. 그러나 대승불교는 그 초기 불교의 철학성을 견지한채  형이상학적 조직력을 갖추어 가게 된다. 우리가 통상 미래불로서의 미륵(彌勒)이나 대비의 화신 관세음보살을 염(念)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들 대승불교의 불보살들은 철학적으로는 일심(一心)의 반영이지만 종교적으로는 절대적 타자(他者)로서의 권위를 지니게 된다. 여기에 불교의 타력문이 형성된다. 그 결정판은 서방정토 극락교주이신 아미타(阿彌陀)부처님에 대한 왕생발원으로 나타나진다.

  그러나 명심할 점은 이 자력과 타력 가운데 어느것이 우월하냐하는 논의는 무의미하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이 양문(兩門)은 본질적으로 중생의 근기(根機)에 대한 배려이기 때문이다. 천차만별한 중생의 소원처럼 중생의 지적(知的)인 차별 또한 무궁무진하다. 따라서 고통스러운 현실에 대한 자각을 바탕으로 한다면, 어느 문을 따르는가하는 점은 큰 문제가 될 수 없다고 본다. 우리의 불교사 위에 명멸(明滅)하였던 숱한 현인들은 모두 이 자력과 타력을 무리없이 조화시켰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신라의 화엄종조 의상(義湘)은 “한생각이 곧 한량없는 세월(一念卽是無量却)”이라고 말씀하신다. 여말의 고승 나옹(懶翁)은 “한 생각이 곧 정토(淨土)”라고 선언한다. 그들은 이 삶의 질곡이 가져다 주는 헛된 문제점들을 한탄하기만 한 나약한 지성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근원에서부터 문제를 찾고, 그것을 멋들어지게 해결한 그 시대의 빛나는 별이었다. 따라서 불교의 구원관은 현실자각 내면의 질적(質的) 승화라는 한결같은 논리적 배경을 지닌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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