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할수록 선(善)이라는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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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할수록 선(善)이라는 논리
  • 관리자
  • 승인 2009.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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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중전화통에서 통화 빨리 끝내라고 재촉한다고 한 젊은이가 아기 안고 있는 부인을 현장에서 찔러 죽인 사건이 있었다. 우발적인 사건으로 넘겨 버리기에는 너무나 심각한 우리 한국인의 병폐를 폭로시킨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통화할 차례를 못기다려 재촉하는 것이나 또 재촉 받았다하여 칼질이라는 극한 상황까지 치닥도 마는 우리 한국인의 성급함이 상충하여 일어나는 비극이기 때문이다. 이런 우스개 이야기가 있다. 한 시골양반이 사윗감 고르는데 매사에 부지런하고 서두는 놈을 찾고 있었다. 어느 날 총각 한 놈이 동네 칙간에 드는 것을 우연히 보았다. 이 놈 허리끈 풀 생각은 않고 주머니 칼 꺼내어 끈을 싹둑 자르는 것을 보고 되게 서두는 놈이구나··· 그 놈 참 잘 살겠다 ···됐거니 ···했다.

일보고 나오는 놈을 붙들고 내 사위가 돼 달라고 하자 쾌히 응낙했다. 이것저것 마련할 것 없이 한 달안에 날을 잡아 예식을 올리자고 하자 이 놈 깜짝 놀라며 "한달이나요? 오늘밤에 해 치웁시다." 한다. 서드는 꼴이 보통 잘 살놈이 아니구나 하고 그날 밤 찬물 떠놓고 귀밑머리 얹는 것으로 혼례를 치뤘다. 신랑 신부 신방에 넣어주고 사랑에 앉아 있는데 신방에서 신부의 비명소리가 자지러지게 들려온지라, 허겁지겁 달려가 보았더니 신랑 놈 빗자루 거꾸로 들고 신부를 개패듯 패고 있었다. 무슨 행패냐고 따지자, 신랑놈 하는 말이 동침을 했으면 아이를 낳아야 할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리 한국사람 매사에 너무 서두르는 것을 빗대는 우스개 이야기다. 무슨 일이건 빨리 빨리 서둘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민족은 어쩌면 이 세상에는 우리 뿐이 아닐까 싶다. 달음질 빨리 하는 것 쯤은 좋다. 밥도 빨리, 공부도 빨리, 돈도 빨리 발고 출세도 빨리 하려든다. 밥은 빨리 먹으면 체하고 공부는 빨리 하면 날리며 돈을 빨리 벌면 망치고 출세를 빨리하면 다친다. 응분의 과정을 겪고 다지지 않으면 매사를 그르치는 데도 일단 서두고 보는 것이 고금에 불변한 한국인 가치가 돼 있다. 터키 사람들이 하루에 가장 빈도 높게 쓰는 말이 '수하힐리'다. '천천히'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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