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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승인 2009.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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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인의 불교신앙

복잡한 파문

해가 막 떠오른 아침에 바람 한 점없이 고요한 숲속의 한 연못가에 앉아서 못물을 바라본다. 잔물결 하나없이 거울같이 맑은 물에 파란 하늘과 한 점의 흰 구름과 못가를 둘러선 나무가 비친다. 연못을 향해 늘어진 나뭇가지에는 나뭇잎들이 이슬의 무게를 겨우 견디고 있다. 힘이 모자란 나뭇잎이 고개를 숙이며 돌을 굴러 연못에 떨어진다. 못물에 떨어진 이슬을 중심으로 무수한 동심원이 생겨 연못의 저편 끝까지 펴져 나간다.

저편의 연못에 떨어진 이슬을 중심으로 또 하나의 동심원이 무수히 생겨 이편 끝까지 파문져 온다.

이편에서 생긴 동심원과 저편에서 시작한 동심원은 서로 만나 간섭을 일으켜 복잡한 파문이 형성된다.

연못가로 늘어진 나뭇가지들의 나뭇잎에 맺힌 이슬들은 한결같이 모두 연못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각자의 동심원을 형성하고 이 동심원들이 얼키고 설켜 복잡다단한 파문을 형성한다. 각각의 이슬 방울들은 연못 위의 나뭇잎에 맺혀진 이상, 연못으로 떨어지도록 예정되어 있고 연못의 복잡한 파문형성에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개체생명은 우주생명의 일부

이슬에 해당하는 개체생명은 연못물에 해당하는 우주생명의 일부로서 우주생명과 하나로 연결되고 다른 개체생명들과 유기적인 관계 속에 있다. 따라서 하나의 개체생명의 행동(身),말(口), 생각(意)은 가까운 주변의 가족이나 사물이나 환경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끝까지 그 영향을 미친다.

얼핏 생각에, 행동과 말은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표현이 된 것이니까 주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생각이야 마음속의 일인데 어떻게 주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심이 들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말은 소리가 들리는 범위내에만 영향을 미치고 행동은 행동을 직접당하는 대상에만 영향이 미칠 뿐이지 우주 끝까지 영향이 미칠 수 없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우선 생각의 영향에 대해서 살펴보자. 우리의 말과 행동은, 우리의 생각의 구체화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말과 행동을 빌어 생각이 주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생각 자체가 주변에 영향을 직접 미칠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은 웬지 마음이 끌리고 호감이 가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웬지 싫은 경우도 있다. 그 사람이 구체적으로 나에게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았는데 이러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것은, 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이 나에게 무언의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나와 그 사람의 파장이 맞아서 호감이 갈 때도 있고 그 사람이 덕망이 있고 생명에 내재한 신성(神聖)을 발휘하기 때문에 내 속의 신성과 감응하여 호감이 들 수도 있다.

 “개체생명은 우주생명의 차원에서 보면 하나의 세포다, 그러므로 개체생명의 말과 행동은 우주생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

 생각과 감정이 사람과 사람사이에서만 이렇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동물, 사람과 식물, 심지어는 사람과 무생물 사이에서도 영향을 미친다. 집에서 기르는 개는 주인이 내색을 하지 않더라도 주인의 생각과 감정을 알아서 주인이 기분이 좋을 때는 주위에 와서 꼬리치며 반기지만, 주인이 화가 난 경우에는 멀리서 눈치만 보고 가까이 오지 않으려 한다.

똑같은 조건으로 기르는 나무도 주인이 나무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사랑없는 주인이 기르는 나무보다 잘 자란다. 나무가 주인의 생각과 감정에 영향을 받는 것이다.

한 탁월한 대장장이가 있어 최선의 솜씨를 발휘하여 두 개의 보검(寶劍)을 만들었는데, 한 개는 평온하고 선량한 마음의 상태에서 만들었고, 한 개는 억울한 일을 당한 후에 원심(怨心)을 품은 상태에서 만들었다. 평온한 상태에서 만든 보검은 좋은 일에만 쓰여서 칼주인마다 세상의 칭송을 들었고, 원심을 품은 상태에서 만든 칼을 지닌 사람은 공연히 남을 해치고 싶은 마음이 들어 그 칼로 죄인이 되었다. 두 개의 칼은 거의 동일한 기술과 재료로서 만들어졌지만 만든 사람의 마음의 상태가 달랐기 때문에 하나는 명검(名劍)이 되었고, 다른 하나는 요검(妖劍)이 된 것이다.

동일한 요리교사 밑에서 배우면서 동일한 방법으로 동일한 재료를 써서 요리를 만들어도 맛이 다 다르다. 보통 손맛이라고 표현하는데 이것은 바로 요리를 만드는 사람의 마음이 요리에 투영되는 것이다.

아이가 갑자기 자주 넘어지고 다치고 하여 그 부모가 원인을 살펴보니 가정부가 화를 내면서 짠 쉐타를 입었기 때문에 그랬다는 예도 있다. 이와 같이 사람의 생각과 감정은 무생물에게도 영향이 미친다.

 

말과 행동의 범위

다음으로 말과 행동이 미치는 범위가 어떻게 우주의 끝까지인가 살펴보자.

한 개인의 생명은 무수한 세포로 이루어져 있는 소우주(小宇宙)이다. 세포는 개개로서 독립된 생명체이면서 한 개인생명의 일부분이다. 우리가 불치의 병으로 두려워하는 암은 세포가 미친 것이다. 개인생명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암은 처음에는 한 개의 세포가 미치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다. 개인생명이 생생하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려면 개개의 세포가 생생하고 건강해야 한다. 손톱 밑에 가시가 들어 그곳의 세포들이 염증상태를 겪으면 한 개인생명전체가 열이 나고 고통을 겪게 된다.

개체생명은 우주생명의 차원에서 보면 하나의 세포다. 그러므로 한 개의 암세포가 개인생명을 위기로 몰아넣듯 개체생명의 말과 행동은 우주생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한 어머니가 자식을 때려 울렸다면 자식의 슬픈 울음은 전 우주생명속에 슬픔의 파문을 일으킨다. 그러므로 이 어머니는 우주를 때린 것이다. 반대로 한 어머니가 자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사랑스런 마음으로 찬탄의 말을 하였다면 자식의 기쁜 웃음은 우주생명 속에 기쁨의 파문을 일으킨다.

생명은 진화하려 하고 기쁨을 확대하려고 한다.〈常樂我淨〉 무한생명의 진화와 기쁨의 확대〈極樂往生 · 成佛〉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개체생명이 지켜야 할 일〈戒律〉은 자신의 진화를 최대한 이룩하고〈自利〉다른 생명의 진화를 방해하지 말고 도와줄 일이다〈利他〉.

연못 위 나뭇잎의 이슬들은 연못으로 떨어지게 되어 있듯이, 우리들은 우리들 주변환경에 떨어질 인연〈業〉을 지었기 때문에 우리들 주변환경을 만난 것이다. 좋은 가족, 좋은 회사, 좋은 이웃을 지닌 사람은 주위환경이 나빠지지 않고 더 향상되도록 바른 행동· 말 ·생각 〈身· 口· 意 ·三業 淸淨〉을 행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주위환경이 나쁜 사람들은 내 몸, 내 마음, 내 환경은 전적으로 내가 지은 업(業)에 의한 것이므로, 남을 원망하거나 화내는 마음〈嗔心〉을 갖지 말고 주위에 차근차근 기쁨의 씨를 뿌려 허상(虛像)인 어두운 그림자를 벗겨내어 이미 나와 우주에 충만한 무량광명(無量光明)이 드러나도록 할 일이다.

남을 탓해서 좋아질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아마 나쁜 환경은 억겁이전에 소멸되었을 것이다.

각자가 그리는 동심원은 각자의 책임이고 이 동심원들이 서로 만나 복합파문을 형성하는 것이므로, 개개의 동심원이 청정하고 삶을 기리는 동심원이 되도록 하면 이 자리가 그대로 극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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