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은 세상을 바꾸길 염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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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은 세상을 바꾸길 염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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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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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모 (欽慕) / 탄허 스님의 제자 혜거 스님

1959년, 스님은 추운 겨울 석탄차를 타고 출가의 길을 떠났다. 태백으로 달려가 새벽이 오기를 기다려 마침내 탄허 스님을 은사로 모시고 삭발염의했다. 삼촌이었던 김지견 박사의 안내로 맺은 인연이었지만, 열여섯 살의 혜거 스님은 그마저도 너무 늦게 왔다 싶어 안타까웠노라고 했다. 하루 종일 경 읽는 소리가 끊이지 않던 영은사의 풍경이며, 주경야독하며 선교겸수의 양날을 벼리던 대중스님들은 하나같이 맑고 청아해보였던 까닭이다.

“이런 세상도 있구나 싶었습니다. 게다가 탄허 스님께서는 행자 첫날부터 공부를 가르쳐주셨거든요. 생각해보세요. 언감생심 이제 막 출가한 행자가 어떻게 스님들과 강을 들을 수 있겠습니까? 그것도 탄허 스님의 화엄경 강의를 말이죠. 행자 시절 3년 동안 화엄경 80권을 다 보고, 사집과 영가집 그리고 모든 범패의식까지 다 배웠습니다. 그런 스승이 없습니다.”

당시 탄허 스님은 영은사에서 화엄경 3년 결사를 막 시작하던 참이었으니, 열여섯 살 혜거 스님은 신명나게 공부하고 배우며 수행의 첫걸음을 내딛었다. 어려운 만큼 더 열심히 했고, 남들보다 더 잘하고 싶어 세 번 네 번도 부족하다 여기며 공부해서 강을 받치면 탄허 스님은 명쾌하게 길을 짚어주곤 하셨다. 한국불교 역경사의 금자탑을 세웠던 대강백이요, 대선사 탄허 스님의 가르침을 그렇게 온 몸으로 받아들이며 스님은 먹물을 들여갔다.

한국불교사에 금자탑을 세운, 역경보살

혜거 스님에게 탄허 스님은 한없이 부러운, 닮을 수만 있다면 온전히 닮고 싶었던 참 수행자였다. 실제로 탄허 스님은 천재스님이라 불릴 만큼 막힘이 없었던 만인의 스승이었다. 화엄경 번역의 금자탑이라 불리우는 『신화엄경합론』 전47권 완역을 비롯해 수십 권에 달하는 저서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기적으로까지 평가되어왔다. 그러나 혜거 스님은 보았다. 그 기적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한 수행자의 오롯한 정진이 어떻게 회향되어 왔는지 눈으로 마음으로 경외하며 지켜보아왔다.

“탄허 스님은 ‘바쁘다, 시간이 없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렇게 수많은 경전을 번역하고 글을 쓰면서도 늘 한가로우셨습니다. 저녁 9시면 어김없이 취침에 들었고, 새벽 1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경전을 보셨습니다. 그리고 해가 뜨면 대중과 함께 계셨습니다. 그런 중에 틈이 나면 편안하게 숨을 쉬듯 경전을 보고 번역을 하셨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고요하게 그 어마어마한 살림을 이뤄내셨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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