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수상
내가 봄앓이를 하기는 아마 나의 생리적 조건에 연유하는 바가 많을 것이다. 나의 봄앓이는 봄철마다 터져 나오는 대학가의 데모 열품과도 무관하지 않다. 또 이 나라의 짧은 역사적 연륜에도 봄앓이는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이제부터 나의 생리적 봄앓이를 연결 짓는 무슨 고리가 있는가, 살펴보아야 하겠다.
태어나면서부터 나는 선병질(腺病質)적인 생리적 결함을 지니고 이 세상에 나왔나 보다. 생장샘의 잘못인가 봄철이면 입가에 허연 생채기가 아물 줄을 모르고 몇 달을 두고 계속되었다. 초등학교 신입생을 한 줄로 늘어세운 교장선생님은 구부정하게 애늙은이 모양 허리가 굽고 얼굴색이 노오란 나에게 ‘선병질’이란 딱지를 붙여 주셨다. 그 뒤로 나의 별명은 ‘애할아범’이었다. 나가 놀 줄도 모르고 늘 방구석에 박혀 들입다 책만 보았다. 가뜩이나 병약한 체질에 운동도 모르고 책만 보는 나에게 별다른 영양도 없이 짜고 맵기 만한 푸성귀 음식은 나의 입병을 가속화 시켰을 것이다. 아무튼 이 입가의 찢어져 헐은 자국은 흔히 남들은 입이 커지느라고 그런다는 식으로 예사롭게 얼버무려졌는데, 나에게는 늘 육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심리적 수치감마저 안겨주는 고약한 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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