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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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목소리
  • 관리자
  • 승인 2008.0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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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 이야기

왕사성에 몹쓸 역질(疫疾)이 돌았다. 특히 재무상(財務相)이 살고 있는 북쪽 마을이 심했다. 장자의 집에서도 먼저 송아지와 가축들이 죽더니 남녀 하인들이 쓰러지고 사랑채와 안방이 차례로 전염되었다. 장자의 부인이 스스로 병에 걸렸다고 알았을 때 철부지 외동아들이 곁에 서 있었다.

어머니는 아들을 내쫓았다. 영문을 모른 체 울며 제방으로 쫓겨 가는 아들에게 어머니는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얘야, 잘 들어라 세상에서 하나뿐인 내 사랑하는 아들아, 네가 할 일은 당장 벽을 뚫고 도망가는 것이다. 네 아버지도 나도 또한 우리 집의 모든 생명은 이미 역질로 죽어가고 있다. 달리 생각할 겨를이 없다. 서둘러라, 너만은 살아야 한다. 되도록 멀리 도망가거라. 그리고 세월이 지난 뒤 이 마을이 소생했다는 소식을 듣거든 되돌아 와서 정원의 보리수 아래를 파서 보아라. 거기엔 4억루피어치의 보석이 있을 것이다. 알아들었으면 빨리 서둘러라. 역질이 돌 때는 땅굴을 파고 도망해야만 생명을 건질 수 있단다. 부디 내 사랑하는 아들아, 행복하여라 내 너를 보고 싶구나. 그러나 이미 이 어미의 눈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구나. 빨리 ···』

그렇게 하여 울며불며 집을 떠난 소년은 먼 곳 정글 속에서 12년이란 세월을 보내고 청년이 되어 돌아왔다. 12년의 세월이 지난 뒤의 고향 마을은 폐허가 되었다. 찍찍거리며 도망가는 들쥐들이 음산한 기운을 허물어진 담 구멍 속으로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불에 탄 가구들이 여기저기 뒹굴다 시체마냥 흐트러져 숨을 거둔 채 있었다.

청년은 눈을 감았다. 그러자 아련히 부모님의 얼굴ㅇ 보이고 그리운 목소리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바람결에 눈을 뜨니 새로 자란 보리수만이 청청한 생명력으로 싱싱했다.

청년 쿰바고사카는 나무 아래로 갔다. 그때 다급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빨리 나무 아래를 파보아라 너의 고생도 오늘로써 끝났다. 내 사랑하는 아들아 부디 행복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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