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인물전] 고한도인(孤閑道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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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인물전] 고한도인(孤閑道人)
  • 김영태
  • 승인 2008.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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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인물전

  (1)

 행색이 초라한 스님 한 분이 서울의 돈의문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 때 마침 십여명의 소년들이 몰려와서 그 스님의 앞을 가로막아 섰다. 그리고는 삥 둘러서서 욕을 마구 해대면서 스님을 희롱하려 들었다. 이 소년들은 그 근처의 악동배로서 장난이 심한 말썽꾸러기들이었다. 그 당시는 승려들이 양반사회에서 내쫓김을 받아 산중으로 들어가 살아야 했던 시대였으므로 서울 성 안에 마음대로 들어가지도 못하였다. 그와 같이 승려들이 천대를 받던 때였으므로 못된 소년들이 어쩌다가 승려를 만나게 되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골려주곤 하였던 것이다. 이들도 지나가는 한 스님을 보고는 무슨 놀림감이나 만난듯이 떼를 지어 몰려와서는 떠들면서 덤벼들었던 것이다. 악동들은 달려들어 「네가 진짜 중이냐 거지 중이냐.」하면서 그 스님의 손발을 묶고는 길 옆 모래 구덩이에 밀어넣고 묻어버렸다. 마침 그곳을 지나던 사람이 달려와서 그 스님을 구해주고 손발도 풀어주었다. 그러자 스님은 옷에 묻은 흙먼지를 툭툭 털고는 합장을 하고 자기를 구해준 사람과 그리고 악동들을 향하여 부드러운 목소리로 「성불하시오, 성불하시오.」

 하는 것이었다. 스님의 그 얼굴에는 지금 자신이 겪은 봉변에 대한 분노의 기색은 커녕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너무나도 태연하였고 오히려 인자한 미소마저 나타나 있었으며, 「성불하시오」,「성불하시오」 하는 그 목소리는 진실하다기 보다는 거룩한 자비심이 함뿍 담겨져 있었다. 그 모양을 지켜보고 섰던 악동들도 서로 돌아보면서

「참으로 진짜 스님이구나.」하고 웃으면서 물러났다.

 이 스님의 법명은 희언이요 호가 고한도인이며, 속성은 이씨로서 함경도 명천에서 명종16년 9월에 태어났다. 그의 어머니가 그를 잉태하였을 때 어떤 거룩한 스님이 발우에 가사를 담아 주는 꿈을 꾸었다고 하는데, 그것이 그에게 불연이 있음을 암시한 것이었던지 그는 일찌기 출가하여 머리를 깎고 불법에 몸을 던졌다.

 그 후 그는 공부에 열중하여 경과 율을 힘써 익혔으나 크게 만족을 얻지 못하여 훌륭한 스승에게로 가서 배움을 받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당대의 승가에서 학덕과 도행으로 이름이 높았던 부휴대사를 찾아 덕유산으로 갔으며, 거기서 삼년을 공부하였다. 그 때 그는 부휴스님에게 법성원융의 이치에 대하여 물었으며 거기서 얻은 바가 있었으므로 부휴스님을 시봉하여 삼년을 지내면서 언제나 남들이 하기 싫어하고 힘들고 천한 일을 도맡아 하였다. 그러는 사이에도 법성이 원융한 이치(法性圓融의 義)를 터득하는 마음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고, 틈틈이 조사(祖師) · 선덕(禪德)들의 어록(語錄)과 실제 수행 참구(實修參究)의 기록들을 읽어서 그 참 뜻을 스스로의 마음에 새겨 체득하고자 힘썼다.

 그는 평생을 입고 먹는 것에 전연 신경을 쓰지 않았다. 무엇이든 건강을 유지할 만큼의 음식이면 만족했고, 몸과 추위를 가릴 옷이면 족하였다. 그러기 때문에 기름지고 좋은 음식은 입에 대지도 않았고, 옷도 때묻은 누더기 한벌 뿐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눈속에도 때로는 맨발로 다니고 머리도 자주 깎지 않아서 텁수룩하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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