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이국땅에서 느끼는 자원봉사의 참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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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이국땅에서 느끼는 자원봉사의 참 기쁨
  • 관리자
  • 승인 2008.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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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찬탄

호주로 이민 온 지 8개월이 되어갈 때까지, 아이들과 보낸 시간만 있었다. 호주에서 사는 것에 적응을 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큰아이 학교 등교를 시키고 나면 작은 녀석들과의 전쟁이 남아있었고, 그러다 보면 큰아이 학교 끝날 시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다른 것에 신경 쓸 마음도 시간도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면서 작은 녀석들까지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면서 나의 하루에 구멍(숨통)이 뚫리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곳을 찾게 되었고, 커뮤니티 하우스(Community house)의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제2언어로서의 영어) 과정에 등록을 하였다. 하지만 일주일 중 하루로 나의 시간을 채우기엔 부족했다. 잘나지 않는 사교성으로 인해 영어에 한계를 느끼게 되었다고 할까? 무엇인가가 절실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운전을 하던 도중 어느 건물에 ‘RSPCA’( Royal Society for the Prevention of Cruelty to Animals: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라고 씌어진 글자가 보였다. 집에 와서 사이트를 열어보니, ‘Volunteering’(자원봉사)이 눈에 띄었다. 호주 오기 전에 한국에서도 4년 가까이 자원봉사를 해왔던 터라 망설임이 없이 전화번호를 수첩에 적었다. 남편과의 메신저 연결(아직 남편은 회사 문제로 한국에 있음), “여보, 동물보호협회에서 자원봉사 시작할 거야.” 날아갈 듯한 마누라의 목소리에 남편도 신이 났던지 “잘 되었네” 한다. 사실 내가 하는 일들은 모두 잘했다고 말하는 사람이지만, “당신은 잘 할 거야”라는 격려의 말도 아끼지 않았다.

다음날 바로 사무실로 가서 당당하게 자원봉사를 하러 왔다고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다음 안내 일까지 기다리란다. 자원봉사를 한다는데, 돈을 안 받고 일을 하겠다는데, 한국하고는 과정이 완전히 달랐다. 일단 자원봉사가 무엇이고, 이 단체가 무슨 일을 하는 곳이며, 만약 자원봉사를 한다면 어떤 과정이 있는지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니….

약 한 달가량을 참고 참아 드디어 D데이. 교육이 끝나고 지원서를 작성하여 제출했는데, 인터뷰를 하기 위해선 또 기다리란다. 그리고 또 교육 또 기다림…. 그렇게 또 보름이 지난 어느 날 반가운 전화 한 통을 받게 되었다. 병원엔 아직 자리가 나질 않아서 기다려야 하지만 그루밍(grooming: 브러싱, 트리밍, 귀청소, 발톱손질, 목욕 등 전반적인 모든 손질)엔 자리가 있는데 한번 해 보겠느냐고. 망설일 것이 없었다. 바로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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