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지도 못하면서 선지식인양 남의 눈을 가리지 말지어다. 우리말로 화두를 참구하면 참의사구(參意死句)가 된다는 말이 무슨 말인가? 한자(漢字)깨나 익혔다하여 불조의 말씀 몇 글귀 익혀가지고 쓸데없는 말을 희롱하니 어찌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선지식이라고 이름을 얻은 이들이여, 선지식을 친견하려는 학자들이여, 보고 또 보아 분명하게 볼지어다.
<시삼마>화두 하는 법
시삼마(是甚麽)는 한 물건의 소이연(所以然)을 알지 못하여 의심하는 것이니 이 물건은 천지허공과 만물을 온통 집어 삼키고 있는 물건이니, 이것이 무슨 물건인고?
이 물건은 있는 것으로 알 수 없고 없는 것으로서도 알 수 없으며 있고 없는 것도 아니요, 참으로 없는 것도 아니며, 한 물건이 아니라고 할 것도 아니요, 다만 한 물건이라고 할 것도 아니며, 일체 생각으로 알 것도 아니요, 일체의 생각 아닌 것으로 알 것도 아니니 이것이 무슨 물건이고? 다만 의심할 뿐이리라. 만일 이밖에 다른 말과 다른 사상이 있으면 잘못이니라. 다만 이 무슨 물건인고? 하고 의심할 지어다. 이것은 무자(無字)나 시삼마(是甚?)나 백천 화두가 의심하는 것과 그 병(잘못)이 되는 것이 한가지 이니라. 무자는 중국 말과 우리나라 말이 다른즉 순전한 중국말로 한다면 「승문조주구자환유불성야무 주운 무 불언 준동함영개유불성 조주인심도무(僧問趙州拘子還有佛性也無 州云 無 佛言 蠢動含靈皆有佛性 趙州因甚道無)」라 하나니 이것을 전제(全提)라 하고 인심도무(因甚道無) 이것을 단제(但提)라 한다.
또 순전히 우리나라 말로 한다면 부처님께서 말씀 하시기를 「움직이고 꿈틀대는 신령한 것을 머금은 것은 다 불성이 있다」고 하셨거늘 조주선사는 무슨 까닭으로 개는 불성이 없다고 하였으며 또 무엇을 인하여 없다고 하는고? 하는 것이며 우리나라 말과 중국말을 섞어서 하자면 불언(佛言)하시대 준동함령이 다 불성이 있다 하셨거늘 조주는 무엇으로 인하여 없다고 이르셨는고? 하는 것은 단제라 하는 것이다.
이 화두는 부처님의 말씀으로 준동함령이 다 대원각성(大圓覺性)이 있다고 하셨거늘 조주는 어찌 없다고 하시는고? 하는 의심인 것이다.
근일의 병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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