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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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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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수 그늘

 언제부터인지 우리들 주변에는 화장실이라는 존재가 너무너무 많다. 화장 곧 (예쁘게 만든다)는 뜻이언만, 하지만 이와는 아아주 거리가 먼 둘레만이 우리나라 골고루에 자리잡고서 여기 뭉클 저기 헝큰히 등, 무작정 질펀하기만 하다. 「화장」이라는 원래 뜻에 어긋남이 이토록이나 심할 바에야 차라리 옛 저들이 가졌던 존함(尊啣)으로 삼가 돌려 드림이 오히려 타당하지 않을까? 이를테면 뒷깐, 숫깐, 변소 그리고 좀더 고상하게 굴어 정랑(淨廊)등으로 ------ 이에 대한 캠패인에는 물론 화장품 회사 자체가 깃발도 드높이 보무당당히 앞장서야 하겠고.

 아뭏튼----- 변소 하나 새로 지어 보고 싶다.

 소담하게 지어진 그 변소에서 하루 한번 잠시 동안이나마 마음놓고 일을 봄으로써 이 세상 시름을 멀리 하는 그러한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

 죽음의 길과 변소길만은 「대리로 보낼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변소의 부름에만은 누구나 다 순종하며, 순조로이 배설될때에 느끼는 그 소박한 기쁨은 호화로운 취식 끝에 따르는 그 무엇보담도 훨씬 더 윗머리를 가는 온위(溫慰)감이리라.

 옛날엔 시집살이에 지친 며느리들이 변소안에서나 겨우 휴식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하며 작고하신 E대 K총장께서는 변소 안에서나 겨우 신문 보는 틈을 가지셨다 한다.

 여기서 나는 순변을 순조로이 이끌 수 있는 그러한 변소를 하나 구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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