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24건) 리스트형 웹진형 타일형 [사찰벽화이야기] 고창 선운사 기우동자도 [사찰벽화이야기] 고창 선운사 기우동자도 오래전 프랑스를 여행하다 파리의 노천카페에 앉아있는 소설가 윤대녕을 본 적이 있다. 그가 이상문학상을 받은 다음 해였다. 수상집 표지에 박힌 해쓱한 이상李箱의 사진과 쏙 빼닮은 그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하자 그는 쑥스러운 듯 일어나 내 손을 받아주었다. 하얗고 작고 부드럽고 가냘픈 손이었다. 막상 악수를 하고 나니 어색해져 나는 가던 길을 갔고, 그는 다시 동료 문인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짧고 사소한 스침이었지만 내겐 기억할 만한 만남이었다. 당시 나는 문학과 작가를 동경하던 청년이었고, 그는 내 세상의 스타 중 한 명이었으니까. 그러나 이후 20년이란 시간은 내 삶에서 그를 지워내기에 충분한 세월이었다. 여름이 막 손톱을 드러낼 즈음 고창 선운사에 벽화를 보러 갔다. 후텁지근한 공기가 휘감은 영산전 강호진 | 호수 : 516 | 2017-09-28 14:05 [절집방랑기] 전북 완주 위봉사 [절집방랑기] 전북 완주 위봉사 들의 끝이 노랗다. 벼 끝도, 감 끝도 노랗고, 대추 끝은 붉다. 밤은 익어 벌어지고, 은행잎은 가에만 둥글게 물들었다. 저것이 감인지, 밤인지, 대추인지, 그것은 봐야 안다. 눈길이 맨 먼저 닿는 곳은 끝이다. 가운데가 아닌 가장자리가 사물의 윤곽을 잡아준다. 제주도가 풍덩 빠져버릴 만한 거대한 호수 한가운데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바다인지, 호수인지, 강인지 알 수 없다. 가를 봐야 안다. 사물의 테두리, 끝부분, 가장자리가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바닷가를 봐야 바다를 알고, 호숫가를 봐야 호수를 알고, 강가를 봐야 강을 안다. 눈길이 사물의 가에 닿아야 안다. 가 닿음, 농부철학자 윤구병 선생은, ‘깨달음’의 어원을 ‘가닿음’으로 설명한다. 우리의 눈길이 잔의 끝에 가 닿을 때, 아 저것이 잔이구나 이광이 | 호수 : 516 | 2017-09-28 14:01 [불교무형문화 순례] 방생법회 [불교무형문화 순례] 방생법회 가엾은 생각을 내다- 조계사 방생법회『금광명최승왕경金光明最勝王經』 제4권 「유수장자품流水長者品」(동국역경원)에 나오는 이야기다. 아주 먼 옛날 유수流水라는 의사가 있었다. 두 아들을 데리고 도시와 시골로 사람들을 치료하며 다니다가 물이 말라있는 어떤 큰 못에 이르렀다. 그곳에서 호랑이, 늑대, 여우, 개, 새 들이 무엇인가를 먹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가까이 가 보니, 물은 거의 말랐고 못 안에는 많은 물고기들이 죽음을 기다리며 퍼덕거리고 있었다. 유수 장자는 이 물고기를 보고는 가엾은 생각을 내었다. 그때에 나무 귀신(樹神)이 몸을 반쯤 나타내고 이렇게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착한 남자여, 이 물고기들이 매우 불쌍하니 그대는 물을 주어 살게 하라. 그러기에 그대의 이름을 유수流水라 한 김성동 | 호수 : 516 | 2017-09-28 13:58 [불광통신] 미황사 만물공양 [불광통신] 미황사 만물공양 ● “40년 전 삼산면에 심었던 밤나무에서 맛있는 밤을 땄습니다. 미황사와 달마산을 바라보며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하며, 밤을 올립니다.” “올해는 아들이 군대에 갔습니다. 아들이 군생활 잘하고, 방사선사 자격시험을 앞두고 있는 딸이 시험에 합격하기를 발원하며, 귀리를 올립니다.” “아름다운 미황사와 우리의 사찰문화가 세계 속에 널리 알려지길 발원하며, 단청 한지 비누를 올립니다.” “마음과 몸이 아프신 분들이 하루빨리 쾌차하고, 저희 가족이 건강하고, 부처님 말씀 따라 살기를 발원하며, 시댁에서 딴 은행을 올립니다.” “세월호 침몰로 희생된 304위 영가님들의 극락왕생과, 갑작스럽게 가족을 잃어버린 유가족분들이 괘불부처님의 은혜와 가피로 아픈 상처가 치유되기를 발원하며, 희생자 304위의 이름을 적어 김성동 | 호수 : 516 | 2017-09-28 13:49 처음처음이전이전12끝끝
기사 (24건) 리스트형 웹진형 타일형 [사찰벽화이야기] 고창 선운사 기우동자도 [사찰벽화이야기] 고창 선운사 기우동자도 오래전 프랑스를 여행하다 파리의 노천카페에 앉아있는 소설가 윤대녕을 본 적이 있다. 그가 이상문학상을 받은 다음 해였다. 수상집 표지에 박힌 해쓱한 이상李箱의 사진과 쏙 빼닮은 그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하자 그는 쑥스러운 듯 일어나 내 손을 받아주었다. 하얗고 작고 부드럽고 가냘픈 손이었다. 막상 악수를 하고 나니 어색해져 나는 가던 길을 갔고, 그는 다시 동료 문인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짧고 사소한 스침이었지만 내겐 기억할 만한 만남이었다. 당시 나는 문학과 작가를 동경하던 청년이었고, 그는 내 세상의 스타 중 한 명이었으니까. 그러나 이후 20년이란 시간은 내 삶에서 그를 지워내기에 충분한 세월이었다. 여름이 막 손톱을 드러낼 즈음 고창 선운사에 벽화를 보러 갔다. 후텁지근한 공기가 휘감은 영산전 강호진 | 호수 : 516 | 2017-09-28 14:05 [절집방랑기] 전북 완주 위봉사 [절집방랑기] 전북 완주 위봉사 들의 끝이 노랗다. 벼 끝도, 감 끝도 노랗고, 대추 끝은 붉다. 밤은 익어 벌어지고, 은행잎은 가에만 둥글게 물들었다. 저것이 감인지, 밤인지, 대추인지, 그것은 봐야 안다. 눈길이 맨 먼저 닿는 곳은 끝이다. 가운데가 아닌 가장자리가 사물의 윤곽을 잡아준다. 제주도가 풍덩 빠져버릴 만한 거대한 호수 한가운데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바다인지, 호수인지, 강인지 알 수 없다. 가를 봐야 안다. 사물의 테두리, 끝부분, 가장자리가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바닷가를 봐야 바다를 알고, 호숫가를 봐야 호수를 알고, 강가를 봐야 강을 안다. 눈길이 사물의 가에 닿아야 안다. 가 닿음, 농부철학자 윤구병 선생은, ‘깨달음’의 어원을 ‘가닿음’으로 설명한다. 우리의 눈길이 잔의 끝에 가 닿을 때, 아 저것이 잔이구나 이광이 | 호수 : 516 | 2017-09-28 14:01 [불교무형문화 순례] 방생법회 [불교무형문화 순례] 방생법회 가엾은 생각을 내다- 조계사 방생법회『금광명최승왕경金光明最勝王經』 제4권 「유수장자품流水長者品」(동국역경원)에 나오는 이야기다. 아주 먼 옛날 유수流水라는 의사가 있었다. 두 아들을 데리고 도시와 시골로 사람들을 치료하며 다니다가 물이 말라있는 어떤 큰 못에 이르렀다. 그곳에서 호랑이, 늑대, 여우, 개, 새 들이 무엇인가를 먹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가까이 가 보니, 물은 거의 말랐고 못 안에는 많은 물고기들이 죽음을 기다리며 퍼덕거리고 있었다. 유수 장자는 이 물고기를 보고는 가엾은 생각을 내었다. 그때에 나무 귀신(樹神)이 몸을 반쯤 나타내고 이렇게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착한 남자여, 이 물고기들이 매우 불쌍하니 그대는 물을 주어 살게 하라. 그러기에 그대의 이름을 유수流水라 한 김성동 | 호수 : 516 | 2017-09-28 13:58 [불광통신] 미황사 만물공양 [불광통신] 미황사 만물공양 ● “40년 전 삼산면에 심었던 밤나무에서 맛있는 밤을 땄습니다. 미황사와 달마산을 바라보며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하며, 밤을 올립니다.” “올해는 아들이 군대에 갔습니다. 아들이 군생활 잘하고, 방사선사 자격시험을 앞두고 있는 딸이 시험에 합격하기를 발원하며, 귀리를 올립니다.” “아름다운 미황사와 우리의 사찰문화가 세계 속에 널리 알려지길 발원하며, 단청 한지 비누를 올립니다.” “마음과 몸이 아프신 분들이 하루빨리 쾌차하고, 저희 가족이 건강하고, 부처님 말씀 따라 살기를 발원하며, 시댁에서 딴 은행을 올립니다.” “세월호 침몰로 희생된 304위 영가님들의 극락왕생과, 갑작스럽게 가족을 잃어버린 유가족분들이 괘불부처님의 은혜와 가피로 아픈 상처가 치유되기를 발원하며, 희생자 304위의 이름을 적어 김성동 | 호수 : 516 | 2017-09-28 13:49 처음처음이전이전12끝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