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륜성왕을 꿈꾼 광개토왕] 광개토태왕비 이해하기 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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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륜성왕을 꿈꾼 광개토왕] 광개토태왕비 이해하기 ➊
  • 고광의
  • 승인 2024.03.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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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태왕비, 고구려 역사를 말하다
광개토태왕비 전경. 2003년 중국의 ‘동북공정’ 사업이 알려지자 국내의 역사 관련학회들이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정부와 함께 대응책을 마련하고자 했다. 중국은 고구려 유적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집안(集安)과 환인(桓仁)에 있는 고구려 유적을 대대적으로 정비했고, 우리 정부는 실태 파악을 위해 조사단을 파견했다. 
이 사진은 당시(2003년 12월 24일) 촬영한 것이다. 원래 있던 비각(碑閣)에 투명 보호막과 감시카메라를 사방에 설치했다. 비각에는 보안원과 함께 군용견으로 보이는 셰퍼드 두 마리를 배치해 지키고 있었다. 사진 출처 『고구려의 문자문화』, 123쪽.

광개토태왕비가 우뚝 서 있는 중국 길림성(吉林省, 지린성) 집안시(集安市, 지안시)는 백두산에서 발원한 압록강이 개마고원의 수량을 받고 노령산맥을 만나 형성된 분지 지형이다. 압록강 중상류에서도 가장 넓은 평야 지대로 산과 물이 깊고 험해 외적의 침입을 방어하기 좋고 땅이 기름지며 산짐승과 물고기가 많아 고구려가 두 번째 수도로 삼았던 곳이다.

 

비의 재발견

지금의 집안 지역은 고구려가 멸망한 후 발해를 비롯해, 거란·여진 왕조들이 관할했다. 청나라 때에는 백두산 일대를 그들 조상의 발상지라 하여 사람들이 들어가 살지 못하는 금지 구역으로 정했다. 19세기 후반 청은 이 지역의 봉금(封禁, 출입을 금함)을 해제하고 회인현(懷仁縣, 1877년에 청나라가 지금의 요령성과 길림성 지역에 설치한 현)을 설치한다. 현의 초대 책임자인 장월(章樾)의 수하이자 금석문에 조예가 있던 관월산(關月山)이 역내의 집안 지역을 조사하던 중 거대한 비석을 발견하고 글자를 확인함으로써 고구려의 제19대 왕인 ‘국강상광개토경평안호태왕(國上廣開土境平安好太王, 광개토태왕의 시호)’의 비(이하 광개토태왕비)가 세상에 다시 알려졌다.

광개토태왕비는 국내성에서 동쪽으로 약 4km 떨어진 곳에 있다. 서남쪽으로 360m 지점에 태왕릉이 있고 반대편 약 2km 동북쪽에는 장군총이 있다. 비의 높이 6.39m, 각 면의 넓이는 1.34~2m이며, 무게가 약 37톤이다. 석질은 연한 녹회색의 기공이 있는 안산암질(andesitic) 또는 석영안산암질(dacitic) 용결 래필리응회암(welded lapilli tuff)이다.

2005년 고구려연구재단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비석의 원산지는 집안시의 동북쪽 양민(良民) 일대나 압록강 변 북한의 자성군 어디쯤일 것으로 보았다. 비석의 한쪽 면에서만 긁힌 자국이 있는데 아마도 강 혹은 계곡에 놓여 있던 암괴를 운반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 외형은 불규칙한 사각기둥의 모습이며 자연석 상태에서 약간 가공한 흔적이 있다. 전체적인 형태가 중국에서 발전한 전형적인 석비가 아닌 북방 계통의 선돌 모습에 오히려 가깝다. 

비문은 면마다 가장자리를 따라 구획선을 치고 다시 세로로 계선을 그어 그 안에 글자를 새겼다. 가로선은 치지 않았지만 글자를 좌우로 가지런히 맞추고 있어 장법이 단정하다. 글자는 세로가 큰 것이 약 16cm, 작은 것이 약 11cm이고 대체로는 14cm 정도로 당시 금석문 중에서도 가장 큰 편에 속한다. 

각 행의 최대 글자 수는 41자이고, 제1면부터 제4면까지 비면 폭의 크기에 따라 각각 11행, 10행, 14행, 9행으로 구성됐다. 제1면 제6행의 마지막 2자는 문단이 바뀌는 곳으로 비워뒀다. 제2면의 제9행과 제10행의 상부, 그리고 제4면 제1행의 상부는 하부보다 협소해 원래부터 글자를 새길 수 없는 상태였을 것이다. 지금까지 파악된 비문의 총 자수는 1,775자로 『삼국사기』 광개토왕조 기사보다 3배 이상 많은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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