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절로 소확행#] 부처꽃 배롱나무 백일홍
상태바
[저절로 소확행#] 부처꽃 배롱나무 백일홍
  • 최호승
  • 승인 2022.06.30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0일간 피고 지는 ‘윤회의 꽃’
승보종찰 송광사에는 배롱나무가 곳곳에서 백일홍을 피워올린다. 마지(摩旨, 부처님에게 올리는 밥) 들고 백일홍 사이로 걷는 스님들의 발걸음이 가만가만하다. 

사찰에는 계절마다 여러 꽃이 핀다. 부처님 전에 꽃 공양 올리듯 앞다퉈 도량을 장엄한다. 여러 꽃 중에 공교롭게도 “나도 부처”라는 듯 부처님 도량에 피는 부처꽃(?)이 있다. 부처꽃과에 속하는 백일홍이다. 백일홍은 배롱나무에서 피는 꽃으로, 한해살이풀 백일홍과 다르다. 해서 목백일홍(木百日紅)으로 구분해서 쓰는데, 백일홍이 더 익숙하다. 100일간 붉게 피어서 백일홍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자미화(紫微花)로도 부른다. 

백일홍을 피우는 배롱나무는 무궁화, 자귀나무와 함께 우리나라의 여름을 대표하는 3대 꽃나무 중 하나다. 온통 초록 이파리 넘실대는 뜨거운 여름 동안 붉은 꽃 피워서 사랑받는 나무다. 표면이 떨어져 반질반질해 보이는 줄기도 특징이다. 간지럼 태우면 잎이 흔들려 ‘간지럼나무’라는 별명이 붙었다. 사대부들에게 두루 사랑받았고 소쇄원, 식영정 등 조선의 문인들 정자나 집에 주로 심어졌고, 담양 후산리 명옥헌에 우거진 배롱나무 숲이 유명하다. 부처꽃과에 속해서일까? 배롱나무와 백일홍으로 이름난 명찰이 있다. 

 

천불천탑 운주사만큼 핫한 만연사 배롱나무

화순 하면 천불천탑과 와불로 유명한 운주사부터 떠올린다. 적어도 여름엔 다르다. 화순 만연사 때문이다. 만연사 일주문에는 ‘나한산만연사(羅漢山萬淵寺)’ 현판이 내걸렸는데, 만연산의 옛 이름이 나한산이다. 1208년(고려 희종 4) 만연사를 창건했다는 만연 스님이 광주 무등산에서 송광사로 돌아가는 길에 이 산에서 나한이 부처님을 모시는 꿈을 꿨단다. 그 자리에 만든 토굴을 짓고 세운 절이 만연사라는 창건설이다. 

만연사가 운주사처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눈길을 끈 이유는 배롱나무가 있어서다. 대웅전 바로 옆에 가지를 늘어뜨린 배롱나무의 백일홍은 유난히 붉다. 빨간 연등이 백일홍과 함께 주렁주렁 매달려서다. 만연사는 겨울에도 뜨겁고 붉다. 배롱나무에 걸린 연등에 소복하게 쌓인 하얀 눈과 대비되는 빨간 연등 사진은 온라인에서 큰 인기를 끌 정도다. 

만연 스님이 돌아가려던 송광사에도 배롱나무가 있다. 일주문, 지장전, 우화루, 대웅보전 앞마당 등 경내 곳곳에 배롱나무가 백일홍을 피운다. 배롱나무 아래로 떨어진 백일홍 꽃잎을 가지런히 빗질한 모습까지 본다면 금상첨화다. 8월이 절정이다. 송광사 말사인 수선사의 배롱나무는 사보인 월간 『송광사』 표지에 실릴 만큼 색감이 붉다. 

배롱나무 백일홍을 찍는 사진가들의 출사 장소로도 유명한 고창 선운사도 잊지 말자. 7월 말부터 100일간 경내를 장엄한다. 선운사까지 가서 마당과 대웅보전 양옆에 나란히 선 배롱나무에서 피워 올린 백일홍을 지나친다면 붉게 분노할지도 모른다.

 


관련기사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