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절로 소확행#] 연꽃 바다로 풍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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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절로 소확행#] 연꽃 바다로 풍덩!
  • 최호승
  • 승인 2022.07.2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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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염상정의 우주가 문을 연다
산청 수선사

“우리 곁에서 꽃이 피어난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생명의 신비인가. 우주가 문을 열고 있는 것이다.”(『산방한담』)

굳이 법정 스님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꽃을 피우는 행위는 신비다. 애써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국화 한 송이 피우기 위해서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운다. 어떤 꽃을 대하든 누구나 단박에 안다. 그래서 저절로 감탄한다. 한 생명의 탄생은 씨줄과 날줄로 얽힌 여러 인연 덕분이다. 연꽃도 마찬가지다. 진흙 속에서 인연을 기다리다 여름에 핀다. 그 놀라운 생명의 신비가, 그 하얗고 연분홍 꽃이, 작은 바다를 이룬다.

 

사찰에 핀 청정함의 불국토

진흙 속에서도 꽃을 피우는 생명이 있다. 7~8월의 습한 장마와 불볕더위, 고인 물, 진흙만 있다면 그 탄생을 알리기에 금상첨화다. 진흙 속 뿌리줄기에서 올라온 잎자루 끝에 핀 하얗고 연분홍 꽃, 연꽃이다. 잎 표면에는 미세한 잔털이 빽빽해서 비가 와도 물에 잘 젖지 않고 흘려버린다. 그래서다. 진흙 속에서 피어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다면서 처염상정(處染常淨)을 상징한다. 영취산에서 부처님이 든 꽃 한 송이에 빙긋 웃었다던 제자 가섭의 미소를 뜻하는 염화미소(拈花微笑)에 등장하기도 한다. 마야부인 옆구리에서 태어난 싯다르타가 내딛는 걸음마다 핀 꽃도, 부처님을 형상화한 불상이 앉은 자리인 대좌에 핀 꽃도 연꽃이다. 전국의 사찰 어디에서든 연화장(蓮華藏, 불국토)세계를 만날 수 있는 이유다.

천년고찰의 연못에 장관을 만드는 연꽃이 있다. 남양주 봉선사는 전국에서도 이름난 연꽃 명소다. 역사도 길다. 2003년 3,300m2(1,000평) 규모로 시작한 연꽃밭이 지금은 일주문 주차장 옆 커다란 연꽃단지로 변모했다. 데크길로 연꽃단지를 산책하며 연꽃을 감상하다 위쪽 연못에 자리한 카페에서 연꽃단지를 내려다보는 풍경도 일품이다. 7월 중순과 말이면 만개하니 아직 못 봤다면 8월 초엔 집을 나서야 할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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