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넘어 영성으로] 인공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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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넘어 영성으로] 인공현실
  • 킴킴
  • 승인 2021.09.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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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위에 벌새의 홀로그램이 중첩되는 증강현실. 출처 마이크로소프트.

영성세계 모델에서 착안한 인공현실

1950년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Alan Turing)이 기계가 인간처럼 생각할 수 있는지 테스트하는 방법을 제시하면서 인공지능(AI) 시대의 서막이 열렸다. 인공현실 시대는 이후 1970년 미국 컴퓨터 예술가 마이런 크루거(Myron Krueger)가 기계와 인간이 친밀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환경에 도전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인공현실의 궁극적인 목적은 기계가 실제 자연현실(Natural Reality)을 시각[色]적, 청각[聲]적, 촉각[香味觸]적으로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세부 사항과 범위가 풍부한 환경을 창조하는 것이다. 이는 자연현실과 유사하지만 시뮬레이션(Simulation, 모의실험)을 목적으로 하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과는 대조를 이룬다. 

2015년 인공현실의 초기 단계인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이 도래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생동하는 홀로그램(Hologram)을 보여주는 홀로렌즈(HoloLens)를 최초로 개발해 실제 현실에 무언가를 중첩하는 기술을 성공적으로 시연함으로써 인공현실 실현화의 초석을 놓은 것이다. 

이 분야는 2017년에 이르러서는 각 기업과 대학 연구실에서 인공현실의 감각 경험을 활성화하기 위해 맛과 향기와 촉각을 도입하는 기술을 제시하면서 빠른 속도로 도약 발전하고 있다. 인공현실의 핵심 기술을 면밀히 살펴보면 ‘인간의 감각 체계를 통한 경험을 토대로 세상이 창조된다’는 영성세계 모델에서 착안했음을 알 수 있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이 어떻게 다르게 구현되는지 알아보자. 

가상현실은 고글(Goggle)이나 헤드셋(Headset)을 착용해 우리의 눈을 현실로부터 전치(轉置, 옮겨 놓음)함으로써 전혀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하는 반면에, 증강현실은 실제 세상에 무언가를 중첩해 다른 경험을 하게 한다. 가령, 꿈에 킬리만자로산에서 혼자 배낭을 메고 표범과 마주친다면 가상현실이 되고, 생시(生時)에서 우파니샤드 코브라의 환상이 침실에 나타나면 증강현실이 되는 셈이다. 

결국 꿈을 꾼다는 것은 가상현실을 경험하는 것이고, 환상을 본다는 것은 증강현실을 경험하는 것이고, 생시를 사는 것은 인공현실을 경험하는 것이다. 경험을 통한 인식이 꿈을 창조하고, 환상을 창조하고, 생시를 창조한다. 자연현실이 실재하거나 말거나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현실은 온전히 앎의 작용으로서 ‘지금 여기’에 창조된다. 굳이 인공지능 시대의 인공현실 특이점을 기대하며 기다릴 필요가 없다. 물질세계 모델 관점에서 보면, 길가메시(Gilgamesh) 이야기가 구전되던 시대부터 베단타(Vedanta, 힌두교 철학 학파)를 거처 붓다를 지나 AI에 이르기까지 인공현실은 이미 시대를 아울러 경험돼 온 셈이다. 

꿈은 깨어나야 꿈이고  
깨어나지 않은 꿈은 생시이다 
깨어 보니 꿈이고  
꾸어 보니 생시이다 
꿈과 생시가 다르지 않다 

꿈은 꾸는 것이 아니라 
꾸어지는 것이고 
깨어나는 것이 아니라  
깨어나 지는 것이다 
꿈이 생시 되고 
생시가 꿈이 된다  
꿈과 생시가 다르지 않다 
꿈속에서 꿈을 꾸고 
생시에서 생시로 깨어난다 
꿈속에 생시 있고
생시 속에 꿈이 있다 
꿈과 생시가 다르지 않다

무슨 꿈을 꿀지 알 수 없고 
무슨 생시로 깨어날지 알 수 없다 
꾸어 보니 이 때이고 
깨어 보니 저 때이다  
이 때와 저 때가 다르지 않다 
꾸어 보니 이 곳이고  
깨어 보니 저 곳이다  
이 곳과 저 곳이 다르지 않다 
꾸어 보니 이 년이고  
깨어 보니 저 놈이다 
이 년과 저 놈이 다르지 않다
꾸어 보니 이런 꿈이고 
깨어 보니 저런 생시이다 
꿈과 생시가 다르지 않다

꿈의 나는 생시의 나를 알 수 없고
생시의 나는 꿈속의 나를 알 수 없다 
꾸어 보니 나이고 
깨어 보니 나이다 
꿈과 생시가 다르지 않다  

_ 킴킴 

각 꿈속의 ‘나’라는 주연들의 공통분모는 과연 무엇일까?

꿈은 흑백일까? 컬러일까?

필자는 종종 주위 사람에게 ‘어제 꾼 꿈이 흑백인지 컬러(Color)인지’ 묻는다. 얼추 반반으로 나뉜다. 컬러 꿈을 꾸었다는 사람에게는 되묻는다. 

“컬러 꿈을 꾼다고요?”

“네, 정원에서 빨간 장미를 보았어요.”

“흑백영화에서도 장미를 빨갛게 인식할 수 있지 않을까요?”

“빨간색이었다니까요!” 

“장미의 색깔을 직접 확인해 보셨나요?” 

“…. 아뇨.”

“다음엔 정말로 컬러 꿈인지 흑백 꿈인지 꼭 확인해 보세요. 확인하면 저에게 꼭 알려 주세요.”

그 후 10여 년이 지나도록 필자에게 이를 알려 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람들은 보통 흑백으로 꿈을 꾸는가? 아니면 꿈의 색깔을 기억하지 못하는가? 꿈 과학자들은 이 단순한 질문에 당혹해하지만, 반세기 동안의 연구 끝에도 확고한 결론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꿈’을 연구하는 것일까? 아니면 ‘꿈 이야기’나 ‘꿈의 기억’을 연구할까? 그것도 아니라면 ‘꿈의 통계’를 연구하는 것일까?

어느 꿈 과학자는 인간은 꿈을 대개 연한 파스텔로 꾸지만, 어떤 이는 흑백 꿈으로, 어떤 이는 총천연색의 컬러 꿈으로 기억한다고 주장한다. 꿈 과학자들이 아무리 꿈을 연구하더라도 꿈 색깔은 알아낼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그것은 누구든 생시에서 깨어난 자만이 대답할 수 있기 때문이리라. 꿈과 생시가 다르지 않으므로. 

 

3,000년 전 일어난 인공현실 

인도에서 오래전부터 전해오는 불이(不二, Nonduality) 이야기를 보자. 

어느 뜨거운 여름의 해 질 녘, 시골길을 따라서 한 남자가 저녁 산책을 하고 있었다. 땅은 메말랐지만 시원한 미풍이 불기 시작했다.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에 도마뱀, 곤충, 뱀에게 작은 그늘을 제공하는 이끼로 덮인 바위 사이에서 햇볕에 그을린 풀들이 바스락거렸다. 

갑자기, 그 남자는 바로 앞에 있는 길에서 커다란 뱀이 몸을 녹이는 것을 보았다. 그는 심장이 빠르게 뛰었고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그는 공포를 억누르며 뱀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뱀의 머리가 몸의 둘레와 같은 크기였다. 그는 보통 독사의 머리는 삼각형이라고 생각했다. 두려움이 서서히 가라앉자, 그는 뱀의 꼬리가 가늘어지지 않는 것을 알아챘다. 그는 “뭔가 이상해”하며 막대기 하나를 찾아 들고 뱀 주위의 땅을 두드렸다. 뱀은 꿈쩍하지 않았다. “혹, 죽은 건 아닐까?” 혼자 중얼거렸다.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는 그는 더 가까이 다가가 막대기로 뱀을 건드려 보고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오, 뱀 같으니라고! 넌 밧줄이잖아.” 이렇게 겁을 먹다니, 내가 얼마나 바보 같았는지. “이젠 안 속아!”   

_ 작자미상  

3,000년 전에 일어난 이 증강현실에서 우리가 얻는 지혜는 다음과 같다. 

• 이야기 시작부터 끝까지 오직 밧줄만 있다. 밧줄만이 절대 사실(Absolute Real)이다. 

• 뱀의 홀로그램은 밧줄과 얕은 지식의 소산이었다. 얕은 지식으로 인해 뱀이 밧줄 위로 중첩됐다. 애초에 밧줄이 없었으면 뱀도 없었다. 

• 뱀은 상대적 명백한 사실(Apparent Real)로 등장한다. 두려움이 극에 달한다. 

• 자세히 관찰하면서 두려움은 서서히 사라진다.

• 밧줄은 존재 이유만으로 뱀 환상의 단초를 제공할 뿐, 얕은 지식이 뱀으로 착각하게 만든 것이다. 

• 착각에서 깨어나려면 분명하게 있는 그대로 보기만 하면 되고, 특별히 다른 일을 할 필요는 없다. 

• 착각이 일어나면 단박에 명백한 뱀으로 나타나고, 착각에서 깨어나면 단박에 뱀은 사라진다.

• 착각에서 깨어남으로써 뱀의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뱀의 문제는 애초부터 없었다고 깨닫는다. 

인공지능은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며 아공(我空)을 가리키고, 인공현실은 ‘세상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며 법공(法空)을 가리킨다. 마침내 아공과 법공은 ‘공과 현상이 다르지 않다’며 ‘열심히 하되 결과에 개의치 말고, 뱀을 두려워하는 바 없이 두려워하라’며 구공(俱空)을 가리킨다.    

 

*물질세계와 영성세계 모델

한 개인의 영성지능 향상의 가장 효과적인 첫걸음은 물질세계 모델에서 영성세계 모델로의 인식 전환이다. 세상을 물질세계 모델로 인식해 오랫동안 살아온 우리에게 영성세계 모델은 처음엔 다소 생소하게 다가올 수 있으나, 궁극적으로 세상을 체험하는 모델로서는 영성세계 모델이 더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 이유는 꿈의 세상과 생시의 세상을 같은 모델로 일관되게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질세계   먼저 시공간(時空間)의 세상이 있고, 그 세상에 한 아이가 태어나고, 그 아이가 세상을 살다가 늙어서 세상을 떠난다. 빅뱅(Big Bang)으로 인해 물질로 만들어진 산하대지(山河大地)가 생겨나고, 그 산하대지 안에 몸이 생겨나고, 그 몸 안에 마음이 생겨나고, 몸과 마음이 산하대지 만물(萬物)을 경험한다.

영성세계  본래 영원(永遠) 무한(無限)의 앎(Awareness)이 있고, 그 앎의 작용으로서 경험이 일어나고, 경험을 통해 세상이라는 상(想)이 만들어진다. 생각으로 말미암아 시간이 생겨나고, 감각으로 말미암아 공간이 생겨나고, 산하대지와 몸과 마음의 경험이 한 통으로 일어난다. 여기서 ‘앎’은 스스로의 작용으로 일어난 경험을 스스로 ‘아는 놈’이다.

 

處處 킴킴(Kim Kim)
마이크로소프트사 CLOUD+AI 국제화 소프트웨어 기획설계자. 미국 라디오코리아(RadioKorea)에서 ‘킴킴이 들려주는 빅데이터 이야기’ 진행, 2019 대한민국 명상포럼에서 ‘빅데이터와 불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선찰대본산 금정총림 범어사 방장 지유 선사로부터 법명 ‘처처(處處)’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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