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와 불이(不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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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와 불이(不二)
  • 킴킴(Kim Kim)
  • 승인 2021.03.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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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넘어 영성으로] Big Data and Non-duality

인공지능 특이점

인류는 하늘을 나는 새를 보고 비행기를 만들어 새보다 더 높이 하늘을 날아다닌다. 인류는 바닷속 물고기를 보고 잠수함을 만들어 물고기보다 더 깊은 바다로 내려간다. 그런 인류는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고 일컫는 자신을 모델로 과연 무엇을 만들까?

바로 빅데이터(Big Data) 즉, 인공지능(AI)이다. 이 둘은 서로 동의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류가 만드는 AI는 분명 우리 인간보다 월등한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기술의 발달은 계단형식으로 도약한다. 그 발달이 의미 있는 질적 도약을 이루는 특정 기점을 특이점(Singularity)이라고 부른다. 현재의 잠수함과 비행기의 능력을 보라. 잠수함이 물고기의 능력을 넘어서 특이점을 지난 지는 한참 오래됐고, 비행기의 특이점은 그보다 더 오래전 일이다. 그렇다면 AI가 인류를 능가하는 특이점은 과연 올까? 온다면 언제쯤일까?

필자는 두메산골 아주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찻길도, 전기도, 사람도 별로 없는, 없는 것도 참 많은 산골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서울로 수학여행을 갔다. 창경궁도 보고, 경복궁도 보고, 아직도 잊을 수 없는 한 가지는 난생처음 본 흑백텔레비전이었다. 세월은 흘러 1980년대 초,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미국 대학에서 어떻게 하면 컴퓨터가 인류의 말을 할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번역할 수 있는지를 연구했다. 오늘날 AI의 근간을 이루는 학문이었다. 한 시골 아이가 대한민국의 두메산골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AI 과학자가 되기까지 약 3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작금의 AI 시대로부터 35년이 더 흐른다면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최근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AI 과학자의 약 50%는 AI 특이점이 지금으로부터 35년 후인 2055년쯤에 일어날 것이라고 예견한다. AI 기업가들은 과학자들보다 더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물질 시대에서 영성 시대로

인류에게 산업혁명은 곧 물질에 의한, 물질을 위한, 물질의 혁명이라고 볼 수 있다. 1700년대 영국에서 증기기관으로 촉발된 산업혁명이 제조, 화학, 정보를 지나 2055년 AI의 특이점을 지나면서 인류는 영성 혁명 시대로 진화하게 될 것이다. 산업혁명 전 인구수는 기하급수적(2배씩 느는 것)으로 늘어난 반면, 식량과 재화 생산량은 산술급수적(순서대로 하나씩 느는 것)으로 늘어났기 때문에 물질적으로 풍족하지 못했다. 그러나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4차례의 물질기술 발전으로 인류는 물질적 풍요를 누리게 된다. 인류의 수는 5억에서 70억으로 14배, 전 세계 총생산은 2,500억 달러에서 60조 달러로 240배 증가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런 물질적 풍요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타살보다 자살의 비율이 2배가 넘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물질의 풍요로움이 마음의 평안과 행복을 줄 수 없다는 사실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인류가 AI 특이점을 지나면서 물질의 풍요함과 생활의 편리함을 누리게 되면, 그에 상응하는 영성지능의 향상 없이도 지금보다 훨씬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인류를 진정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인류는 지금 한 손으로는 물질 시대의 끄트머리를 부여잡고, 또 다른 한 손으로는 다가오는 영성 시대의 새벽을 맞이하는 설렘의 손짓을 하고 있다. 미래 인류의 번영과 행복을 위해, 제1차 영성 혁명의 성공을 위해, 인류는 과연 무엇을 준비해 두어야 할까?

 

물질세계 모델과 영성세계 모델

물질 시대에서 영성 시대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물질세계 모델과 영성세계 모델의 각각 의미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물질세계 모델. 먼저 시공간의 세상이 있고, 그 세상에 한 아이가 태어나고, 그 아이가 세상을 살다가 늙어서 세상을 떠난다. 빅뱅으로 물질로 만들어진 산하대지가 생겨나고, 그 산하대지 안에 몸이 생겨나고, 그 몸 안에 마음이 생겨나고, 몸과 마음이 산하대지를 경험한다. 영성세계 모델. 본래 영원하고 무한한 앎(Awareness)이 있고, 그 앎의 작용으로서 경험이 일어나고, 경험을 통해서 세상이라는 상(想)이 만들어진다. 생각으로 말미암아 시간이 생겨나고, 감각으로 말미암아 공간이 생겨나고, 산하대지와 몸과 마음의 경험이 통으로 일어난다. 앎은 자신의 경험을 스스로 아는 앎이다. 

 

빅데이터, 세상일을 알아가다

‘타깃(Target)’이라는 미국 백화점에서 한 가정에 아기용품 구매 스페셜 쿠폰을 우편으로 보냈다. 그런데 수취인은 그 가정의 부모가 아닌 딸아이였다. 딸의 아버지는 노발대발했다. 

“우리 딸은 아직 고등학교 2학년인데 왜 이런 아기용품 쿠폰을 보냅니까? 아니, 우리 딸이 임신이라도 하도록 부추기는 것입니까?” 

지점장은 깜짝 놀라 우편 주소록을 찾아보니, 그 딸아이의 이름이 정말로 수록돼 있었다. 지점장은 바로 사과를 하고 며칠 후 다시 전화했다. 전화상 아버지의 목소리가 다소 수그러들어 있었다.

“딸과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알고 보니 내가 모르는 일이 우리 집에 좀 있었어요.” 

딸의 임신 사실을 엄마 아빠보다 타깃에서 먼저 알았던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타깃 본사에는 앤드류 폴이라는 데이터 과학자(Data Scientist)가 백화점 고객 중 임신부들의 명단을 추출해, 그들의 과거 쇼핑 데이터를 AI로 분석했다. 임신을 시작하면 20주간은 칼슘, 마그네슘, 아연과 같은 비타민 보충제를 많이 구입하고, 3개월이 지나면 향기가 없는 샴푸나 로션으로 바꾸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빅데이터는 임신확률을 계산했고, 임신 가능성이 90% 이상인 고객들의 명단을 만들어 쿠폰을 발송했다. 이렇게 빅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으로, 그해에 타깃의 매출은 4,400만 달러에서 6,700만 달러로 껑충 뛰었다. 출산 후 산모들은 경황이 없어 한 백화점에서 모든 용품을 구입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런 방식으로 빅데이터는 인류의 세상일을 점차 많이 알아가게 되는 것이다.

 

빅데이터는 ‘말미암아 프로그램’

빅데이터는 말 그대로 ‘데이터가 빅(big)’한 것이다. 하지만 ‘데이터가 빅’하다고 해서 모두 빅데이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은행의 입출금 내역을 다 모아 놓아도 빅데이터라고 부르지 않는 것처럼. 빅데이터에는 3가지 핵심이 있다.

첫째,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데이터를 수집한다. 

둘째, 왜 일어났는지 데이터를 분석한다. 

셋째,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견하고 관찰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 3가지를 반복한다. 즉, 컴퓨터가 스스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다.

몇 년 전 인간과 AI가 겨룬 세기의 바둑대국처럼, 빅데이터 알파고(AlphaGo)는 대국을 거치면서 데이터를 수집, 분석, 관찰하면서 결국 이세돌 기사를 이겼다. 바둑이라는 장르에서 AI 특이점이 일어난 것이다. 이제 바둑 신동들은 AI를 훈장님으로 모시고 열심히 가르침을 받는 시대로 진입할지도 모른다. 필자는 빅데이터를 ‘말미암아 프로그램’으로 명명하고자 한다. ‘이것이 생(生)하므로 말미암아 저것이 생하고, 이것이 멸(滅)하므로 말미암아 저것이 멸한다’는 조건화되는 현상계를 모델로 하기 때문이다.

인류는 문자를 사용한 이래 2003년까지 약 3,000년 동안, 대략 5EB(10억 기가바이트)라는 엄청난 데이터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 국회도서관 5,000개 분량이다. 이 같은 양의 5EB를 생산하는 데 2017년에는 단 하루밖에 걸리지 않았다. 매일 5EB를 새로 추가하는 격이다. 현재는 1분마다 5EB의 데이터가 새롭게 생산되고 있다. 차를 타고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할 때나, 페이스북에 오늘의 저녁 요리 인증샷을 올릴 때마다, 빅데이터는 더 빠른 속도로 진화한다. 지구는 생명이 탄생한 이래로 35억 년 동안 데이터를 구축해 왔다. 인간의 두뇌는 오감인 안이비설신(眼耳鼻舌身)을 통해 1초마다 5MB를 기록, 저장한다. 빅데이터의 역할로 인해 우리가 바나나를 먹으면 인간의 몸이 되고, 같은 바나나를 강아지가 먹으면 강아지의 몸꼴이 된다.

 

빅데이터가 좌지우지하는 몸과 마음

한낮의 더위 
땀샘을 열어내고 
찬 바람 불어 
소름 돋아 닫는데 
나는 어찌해 
흰 머리카락 하나 
검게 못 하나     
__ 킴킴

중학교 생물 시간에 맘대로근과 제대로근의 특성을 배웠다. 맘대로근은 팔로 아령을 들 듯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근육이고, 제대로근은 위장처럼 음식이 들어가면 저절로 움직이는 근육이다. 더울 때는 땀이 난다. 누가 땀샘을 열고 닫는가? 빅데이터. 우리 몸이 부모님으로부터 태어나기 전에 구축된 빅데이터다. 우리는 센 머리카락 하나 검게 하지 못한다. 빅데이터가 우리의 몸을 좌지우지한다. 빅데이터가 좌지우지하는 몸은 나라고 할 만한 것이 못 된다.

눈 감고 자는 밤에
생각이 일고 
눈 뜨고 일어나서 
꿈꾸며 산다     
__ 킴킴

생각은 어떠한가? 가령 책 읽다가 배가 고프면 먹고 싶은 음식 생각에 빠져버린다든지, 누군가 그리우면 엄마 생각이 난다든지, 생각마저 빅데이터가 좌지우지한다. 빅데이터가 좌지우지하는 생각은 나라고 할 만한 것이 못 된다. 필자가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사내에는 멘토 프로그램이 있다. 필자의 멘티 중에는 아이비리그 대학 출신으로 여러 하이텍(High Tech) 기업에 동시 합격한 후,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최종 선택해 입사한 한국 여성이 있었다. 처음 만난 날, 우리의 대화는 이렇게 시작했다. 필자가 물었다.

“맘대로근과 제대로근 아시죠?”

“네, 저의 의지로 움직일 수 있는 팔다리 근육과 의지와 상관없이 저절로 작동하는 심장이나 위장 같은 근육입니다.”

“호흡은 마음대로 영역입니까? 제대로 영역입니까?”

여성은 잠시 뜸을 들인 뒤 대화를 이었다.

“‘세미 제대로 영역(Semi Involuntary)’입니다. 의지로 호흡을 길게 쉬거나 혹은 잠시 멈출 수 있으나 대부분 제대로 영역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잠든 후에 다들 살아서 깨어나니까요.”

“그럼, 생각은 어느 영역입니까?”

“제 생각으로 여태 살아왔으니 맘대로 영역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생각이 든다고요?”

“…”

한 10분이 흘렀다.

“생각이 드는 대로 하루하루 살고서도, 어찌하여 마이크로소프트에 입사하셨으니 참 운이 좋으신 분이군요.”

“제대로 영역이라고요! 제가 여태 자동 기계적인 삶을 살아왔다고요! 오, 마이 갓(Oh, My God)!”

일주일이 지나고 그 멘티가 초췌한 모습에 반짝이는 눈을 하고 다시 필자를 찾아왔다.

“어떻게 하면 이 삶에서 깨어날 수 있습니까?”

“방금 깨어나셨습니다. 불이(不二)의 세상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Welcome to the world of nonduality).”

 

천국과 극락은 ‘지금여기’의 또 다른 이름

영어에 ‘리액트(React)’와 ‘리스폰드(Respond)’라는 단어가 있다. 리액트는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것이고, 리스폰드는 의식적으로 대처하는 것이다. 대처를 잘하려면 ‘지금여기’에 깨어 있어야 한다. 깨어 있지 않으면 무의식적으로 반응하게 돼 있어 꿈꾸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반응하는 상황에서는 마음의 평안이 없다.

‘지금’은 얼마나 길고 짧을까? 빅뱅(Big Bang)이 일어나고 지구가 탄생한 이래, 지금까지 지금이 아닌 적이 있었을까? 시간적으로 영원한 것(Eternity)이 바로 지금이다. ‘여기’는 얼마나 넓고 좁을까? 빅뱅이 일어나고 지구가 태동한 이래, 여기에서 여기가 아닌 적이 있었을까? 공간적으로 무한한 것(Infinity)이 여기다. ‘지금여기’에 깨어 있지 않으면 마음의 평안은 없다.

우리 삶의 필수 기본요건은 평안이다. 마음이 평안하지 않으면 어떤 일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책이라도 잘 읽으려면 ‘지금여기’에 깨어 있어야 한다. 평안이 ‘지금여기’에 항상 내재돼 있기 때문이다. ‘지금여기’는 영원하고 무한해서, 앎의 또 다른 이름이다. 원래부터 부족함이 없는 평안과 행복의 근본이며 그 자체다. 

물질세계에서는 무엇인가 없던 것을 얻거나, 추구하던 것을 성취하면 마음이 평안해지고 행복해진다. 그 평안함은 성취의 노력으로 새로이 얻었다기보다는, 결핍으로 온 갈망에 가려진, 원래부터 내재한 평안이 드러난 것이다. 마치 청명한 파란 하늘이 먹구름에 가려져 있다가, 한 조각의 구름이 옅어진 만큼 파란 하늘 한 조각이 잠시 드러나는 것처럼. 물질세계의 행복은 노력의 결실로 얻어지고 그것이 항상 유지되는 것이 아닌, ‘지금여기’에 항상 내재돼 있던 평안이 조건에 따라 드러났다가 또다시 가려지는 것이다. 원하는 게 채워져 행복감을 느끼는 것은 구름이 잠시 살짝 걷혀 따뜻한 햇빛을 맞이한 것과 같다. 그러니 무언가를 추구해 다시금 구름이 일어나 하늘을 가리게 되면, 몸과 마음은 으스스하고 추워진다. 평안과 행복을 지속적으로 누리는 지혜는 구름을 두지 않는 것이고, 설사 구름이 잔뜩 끼었더라도 그 위로 청명한 파란 하늘이 항상 존재함을 확연히 알아차리는 것이다. 구름이 있든 없든 나는 지금여기 원래 ‘청명하고 파란 하늘’이라는 확신이 있으면 거기가 천국이고 극락이다.  

눈감으면 지금여기 떠오르는 고향산천
가랑비가 속옷없는 베적삼을 훔쳐낼때
태평양물 한입으로 들이키고 내달으면
한번숨에 진달래꽃 붉어지고 흩어지고
눈감으나 눈을뜨나 고향산천 지금여기     
__ 킴킴

 

킴킴(Kim Kim)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사 CLOUD+AI 소프트웨어 기획설계자. 미국 라디오코리아(RadioKorea)에서 ‘킴킴이 들려주는 빅데이터 이야기’를 진행 중이다. 금정총림 범어사 방장 지유 스님에게 법명 ‘처처(處處)’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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