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은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기증품을 특별 공개하는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을 7월 21일부터 9월 26까지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 서화실에서 개최한다.
이번에 공개되는 작품은 이건희 회장의 유족으로부터 기증받은 2만 1,600여 점 중 시대와 분야를 대표하는 문화재 77점(국보·보물 28건 포함)이다. 정선의 최고 걸작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 삼국시대 금동불의 섬세함을 보여주는 ‘일광삼존상’(국보 제134호), 글씨와 그림이 빼어난 고려 사경 ‘대방광불화엄경 보현행원품’(국보 제235호), 현존하는 유일의 ‘천수관음보살도’(보물 제2015호), 김홍도가 말년에 그린 ‘추성부도’(보물 제1393호) 등이 포함됐다.
이건희 회장은 살아생전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은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것으로서 우리 모두의 시대적 의무라고 생각한다”(2004년 10월 삼성미술관 리움 개관식 축사)고 말했을 정도로 그의 전통 문화유산 컬렉션은 한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우리나라 전 시기와 전 분야를 포괄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청동기시대·초기철기시대 토기와 청동기, 삼국시대 금동불·토기, 고려시대 전적·사경·불교미술품·청자, 조선시대 전적·회화·도자·목가구 등 다양한 컬렉션을 선보인다.
이건희 회장은 해외에 있는 국보급 우리 문화유산에 지대한 관심으로 다수의 고려불화가 국내로 돌아오는 데 기여했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고려불화 특유의 섬세한 미를 보여주는 ‘천수관음보살도’와 ‘수월관음도’ 등을 선보인다.
특히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고려불화 세부를 잘 볼 수 있도록 적외선과 X선 촬영 사진을 터치스크린 영상으로 제시한다. 적외선 사진에서는 먹으로 그린 밑그림을 볼 수 있는데, ‘천수관음보살도’에서는 천수관음보살의 여러 손의 모양, 손바닥과 광배에 그려진 눈, 손에 들고 있는 다양한 물건을 확인할 수 있다. 또 X선 사진으로 ‘천수관음보살도’와 ‘수월관음도’의 채색 방식 및 안료를 확인할 수 있다.
박물관 측은 “이건희 회장은 삼성 신경영, 디자인 경영, 마하 경영 등 기술 혁신과 함께 디자인을 중시하는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었다”며 “누구보다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우리 문화 발전에 대한 사명감으로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에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기증 명품전으로 기술력과 디자인이 탁월한 명품을 만든 선인(先人)의 노력과 명품을 지켜온 기증자의 철학을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생활 속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30분 단위로 관람 인원을 20명으로 제한한다. 홈페이지에서 상설전시 예약과는 별도로 예약 후 입장할 수 있다. 전시 도록은 발간하지 않고 대신 전시품 이미지와 자료를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제공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