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비상사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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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비상사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 허진
  • 승인 2020.07.0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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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미디어, 11회 ‘붓다 빅 퀘스천’ 개최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유정길 불교환경연대 녹색불교연구소 소장 강연
​7월 4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붓다빅퀘스천 열한 번째 행사가 열렸다.
​7월 4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붓다 빅 퀘스천 열한 번째 행사가 열렸다.

붓다 빅 퀘스천 열한 번째 행사 하루 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는 노타이, 반바지, 묶음 머리 등 ‘시원차림(냉방 에너지 절약을 위해 체감 온도를 낮추는 옷차림)’을 한 일반인 모델들의 패션쇼가 열렸다. 멋진 포즈를 취한 후 모델들은 ‘반바지 등 간편차림 입기’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걷기’ ‘에너지효율 1등급 가전제품 사용하기’ 등 기후변화 대응 습관 캠페인 안내판을 들고 계단에 서서 시민들의 동참을 요청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시원차림을 선보여 여름철 에너지를 절감하자는 취지의 행사였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캠페인은 지속해서 이뤄지고 있고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도 변하고 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늘 위기를 말한다. 혹시 경각심을 일깨우려고 필요 이상으로 겁을 주는 건 아닐까. 정말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면 희망은 있을까. 7월 4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공연장.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녹색불교연구소 소장이 붓다 빅 퀘스천 열한 번째 질문, ‘기후위기 비상사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에 답했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기후위기 심각성과 대응방안에 대해 말하고 있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기후위기 심각성과 대응방안에 대해 말하고 있다.

12시 종말까지 남은 시간은 1분 40초
기후위기 비상사태 선포(?)의 포문을 연 이는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였다. 우리는 기후변화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의외로 많은 사람이 현재 기후위기 상황과 그 심각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음을 윤 교수가 제시한 통계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윤 교수는 의구심을 표했다. 기후변화만 놓고 봤을 때 사람들은 그 심각성을 인지했지만, 환경문제 전체를 봤을 때 사람들은 직접 체감하고 있는 미세먼지를 기후변화보다 더 심각하게 여겼다. 환경문제에서 전체 사회문제로 범주를 넓혔을 때 기후변화는 경제성장, 일자리, 빈부격차, 부동산문제 등에 밀려 사람들의 관심에서 더더욱 멀어졌다. 당장 직면한 일들에 비해 미래에 다가올 일의 가치와 파급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 때문이다. 아직은 먼 나라 북극곰에게나 해당하는 문제로 여기는 기후위기. 실제로 얼마나 심각할까.

“지구온난화라면서 겨울에 왜 이렇게 춥냐고, 아직 괜찮은 거 아니냐고 말하는 이들이 있어요. 한파, 폭설, 폭염, 폭우, 가뭄 등 우리가 겪고 있는 극단적인 기상 현상 모두가 기후변화에서 비롯된 기후위기에 해당합니다. 태풍 주기도 흐트러졌어요. 전 세계적으로 이런 극단 기상 현상 빈도가 늘고 있고 강도도 세지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교란 문제도 심각하다. 그간 지구가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서 생명이 살 수 있었는데 지구 온도가 오르면서 생태계가 교란되기 시작했다. 해양 온도가 상승하면 물에 녹아있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방출되는데, 해양이 산성화되면 플랑크톤 외피가 녹아내리고 해양 생태계 교란을 부른다. 해양 생물만의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19를 포함해 인간을 위협하는 감염병 대부분이 숲을 파괴하는 데서 시작됐다. 야생동물이 서식했던 공간이 줄면서 사람이 사는 생활공간으로 이동했고 인간은 바이러스의 숙주가 됐다. 유 교수는 코로나19는 앞으로 닥칠 기후위기 예행연습이라고 강조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지구 종말이 오는 시간이 12시라고 할 때 지금 우리는 11시 58분 20초에 서 있어요. 에너지를 절약하고 에너지효율 개선을 위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에너지 전환’이 필요합니다.”

그럼 우리가 ‘에너지 시민’이 되는 방안은? 투표를 잘해야 한다. 에너지 전환 의지를 가진 대표를 선출하는 ‘정치 투표’, 에너지효율 제품을 구매해 친환경 기업을 간접 지원하는 ‘경제투표’, 환경 에너지 시민단체를 후원하고 활동에 참여하는 ‘화폐투표’ 모두 투표다. 구글, 페이스북, 골드만삭스, GM, BMW, 이케아 등 241개 기업은 최소 2050년까지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자는 RE100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아직 한국 기업은 없다. 우리 시민의 경제투표로 RE100에 참여하는 기업 수를 늘릴 수 있지 않을까.

“미래는 정해진 모습으로 우리를 기다리지 않습니다. 오늘 우리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미래는 만들어지지요.”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이 한국형 그린뉴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이 한국형 그린뉴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누구도 낙오되지 않는 한국형 그린뉴딜
“비상사태라고 하면 비상하게 움직여야 하는 거 아닐까요”

두 번째로 강단에 선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이 비상하게 강의 포문을 열었다. 곧 충격적 내용이 이어졌다.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상 올라가면 상상할 수 없는 재난을 경험할 것이다. 지금의 탄소배출 속도로 간다면 지구 평균온도가 1.5도 상승할 날은 10년도 남지 않았다. 10년 안에 지금 배출하는 탄소배출 양의 절반을 줄여야 한다. 근거 없는 겁주기가 아니다. 2018년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비상하게 움직여야 한다. 녹색 사업 몇 개 발굴하는 정도의 안이한 방식으로는 사회 대전환을 이뤄낼 수 없다. 각자도생은 불가능하다. 모두가 같은 배를 타고 있고 함께 배를 움직여야 한다. 수많은 이해관계자를 섬세하게 조율해야 하는 이유다. 더군다나 우리는 코로나 19, 경제위기, 기후위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복합위기 시대에 살고 있다. 세금 내는 게 버거운 저소득층에 무조건 탄소세를 물리면 기후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먹고 사는 문제, 불평등 문제는 그대로 둔 채 온실가스를 줄이려고 하면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

그래서 그린뉴딜이 필요하다. 그린뉴딜은 기후위기 및 환경문제에 대응하는 ‘그린’과 국가 주도의 대규모 경기 부양 정책 ‘뉴딜’의 합성어로 녹색산업 지원을 통한 일자리 및 시장 창출 계획을 말한다. 이미 미국, 유럽에서 그린뉴딜은 ‘온실가스 감소’와 ‘사회 불평등 문제 해결’이란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그린뉴딜’이란 단어만 둥둥 뜬 채 논의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고 있다. 고무적인 점은 7월 중 정부의 구체적인 그린뉴딜 안이 마련될 예정이라는 점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불평등을 줄이는 한국형 그린뉴딜이 실현될 수 있을까.

코로나19 사태로 우리는 사람이 아플 때 공공의료, 사회보장체계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 위기 상황일수록 정부가 역할, 공공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장밋빛 미래만 얘기할 수 없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대전환으로 발생할 고용 충격과 녹색 일자리 전환에 대한 대응책이 마련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환경부뿐만 아니라 모든 정부 부처가 그린뉴딜의 주류가 되는 협조가 필요하지요. 물론 국회와 정부만 고민할 게 아니라 우리 시민이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불교계가 원하는 그린뉴딜 방향은 무엇일까요? ‘이 내용이 담기면 우리도 동참하겠다’고 하는 각자의 내용이 있을 거예요. 여러 곳에서 상상력을 발휘할 때입니다. 그리고 움직여야 할 때입니다.”

77억 명이 지구에서 열심히 산 대가가 기후위기 심화다. 열심히 사는 대가가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위기를 초래하지 않는 방향으로의 대전환. 먹고 사는 방식부터 가치관까지 싹 바뀌는 대전환. 우리는 그 출발선에 서 있다. 앞으로 10년, 그 절실한 10년간 무엇을 지향하며 어떻게 달릴지에 대한 화두가 던져졌다. 이제 달려야 하는 시점이다.
 

 

유정길 녹색불교연구소 소장이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근본 원인을 진단하고 있다.
유정길 녹색불교연구소 소장이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근본 원인을 진단하고 있다.

기후위기는 적인가 메시지인가
무엇을 지향하며 어떻게 달릴지에 대한 화두 풀이는 마지막 연사 유정길 녹색불교연구소 소장 몫이었다.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근본 원인을 찾는 여정이 시작됐다.

“우리가 피부에 이상이 생겨 연고를 바르는 건 증상 완화를 위한 대증요법이지 원인치료가 아니잖아요? 만약 위장이 안 좋아서 피부에 이상이 생긴 거라면 위장을 치료해야 병이 재발하지 않겠죠. 기후위기는 지구가 겉으로 드러낸 ‘증상’ 중 하나일 뿐이에요. 그러니 표면으로 드러나는 환경문제만 문제 삼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증상을 일으키는 근본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지요.”

이어 유 소장은 한 등식을 스크린에 띄웠다. ‘행복=소유/욕구’. 이 등식대로라면 분자의 ‘소유’가 늘어날수록 ‘행복’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행복이랑 기후위기랑 무슨 관련이 있을까?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소유해야 하고 소유하려면 상품을 구매해야 합니다. 상품을 구매하려면 상품을 생산해야 하고 상품을 생산하려면 자원이 필요하지요. 즉 자원이 무한하면 사람은 무한대로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자연이 주는 자원은 유한합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원이 무한하다고 믿으며 자원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데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있어요. 오히려 생산이 행복의 지표로 여겨지기까지 하지요”

이런 믿음 속에서 생산을 나타내는 지표인 국내총생산(GDP·Gross Domestic Product)은 선진국과 후진국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된다. 찾았다, 요놈!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해 기후위기를 초래한 근본 원인은 자원이 무한하다는 믿음, 즉 자원 무한주의에 있었다. 기후위기는 이런 집단적 미망에서 벗어나 행복을 재정의하라는 구원의 메시지다.

유 소장은 다시 행복 등식(행복=소유/욕구)으로 돌아갔다. 자원은 유한하므로 무한히 소유할 수 없다. 행복을 포기하란 말이 아니다. 행복 등식 분자의 ‘소유’를 줄이면서도 ‘행복’을 키우는 방법이 하나 남았다. 바로 행복 등식 분모의 ‘욕구’를 줄이는 것이다. 유 소장이 새롭게 제시하는 행복 등식은 ‘행복=물(物)/심(心)’이다. 물질이 아니라 내 마음을 변화시키는 일. 유 소장은 이를 제일 잘하는 게 불교가 아니냐고 되물었다.

“불교는 명상, 기도 등 마음을 다스리는 여러 노하우를 이미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대중적으로 확산하는 역할을 불교가 현재 하고 있나요? 불교의 역할과 책임을 되돌아볼 때입니다.”


어떤 게 행복이고 어떤 게 좋은 삶인가. 기후위기가 우리에게 던진 화두다. 불교국가 부탄은 국민총행복(GNH·Gross National Happiness) 개념을 정책 지표로 삼는 것으로 유명하다. 비웃을 일이 아니다. 우리는 물질의 시대에서 마음의 시대로, 성장의 시대에서 성숙의 시대로 넘어가는 길목에 서 있다. 불교가 엔진 역할을 해야 한다. 강연이 끝나고 사회자가 마무리 멘트를 하려는 데 유 소장이 다급하게 마이크를 다시 들고 말했다.

“여러분, 부디 실천해주세요.”

‘자연 자원의 양은 인류가 생존하기에 충분하지만, 인간의 욕심을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하다.’ 간디의 말이다. 반세기 넘게 던져진 붓다 빅 퀘스천에 불자들은 지금 어떤 답을 하고 있을까.

글. 허진
사진. 유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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