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인생상담] 떨리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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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인생상담] 떨리는 마음
  • 임인구
  • 승인 2021.05.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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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 태자가 가비라성 비야라문에서 처음 나올 때 자물쇠를 잡은 수문장도 있었으나 그들은 모두 깊은 잠에 빠져 태자가 궁에서 나가는 때를 알지 못했다. 모든 야차신에게 홀리기도 하고 모든 하늘 사람의 신통력 때문에 가장 조심스럽게 파수를 보는 이들조차 깊은 잠에 빠져 사람이 나가는 줄을 몰랐다.

그때 욕계의 마왕 파순은 태자가 처음 출가할 때를 보고서 태자에게 공포를 주려고 신통력으로 모든 소리를 만들어냈다. 허공에 큰 우렛소리와 벽력 소리를 내고 또 큰 강물을 만들고 큰 돌을 급류에 구르게 했다. 또 태자 앞에 높고 험한 큰 벼랑이 있는 큰 산을 지어냈으며 또 사납게 타는 불덩이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정거천왕들이 신통력으로 그 큰 구름과 뇌성벽력의 모든 소리를 감추고 또 그 큰 산과 강물, 돌, 높고 험한 언덕이며 사나운 불을 다 나타나지 않게 했다. 그 마왕 파순을 한량없는 백천 유순 밖에 내던져 태자의 출가에 장애가 되지 못하게 했다.

(싯다르타) 태자는 성문에서 나와 바깥에 이르자 몸을 돌려 가비라성을 바라보면서 사자후를 내어 이렇게 외쳤다.

“나는 이제 차라리 스스로 이 몸을 던져 큰 바위 벼랑에 떨어지거나, 모든 독약을 마시고 목숨을 마치거나, 먹고 마시지 못할지언정, 만약 내 마음에 원하는 대로 중생들을 생사의 바다에서 해탈시키지 못하면 나는 마침내 가비라성에 들어가지 않으리라.”

- 『불본행집경』 「사궁출가품」

 

나 지금 떨고 있니?

“그래도 될까?”

상담에서의 많은 이야기가 담고 있는 물음을 함축하면 아마도 이러할 것이다. 자기 삶의 장면에서 “그래도 될까?”를 무수히 반복하며 어떻게 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그 상황에서 끝내는 상담자를 찾기에 이른다. 답이 없는 이 물음의 언어를 몸의 작용으로 옮기면 그것은 분명하게 ‘떨림’이다.

떨릴 때 우리는 답을 구하는 것이다. 하나의 떨림은 기존에 정답처럼 갖고 있던 하나의 답을 포기한 상태라는 것이다. 답이 없기에 답을 구한다. 이것은 다시 또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떨림이라고 하는 것은 안정되고 확실한 현실을 보장하는 것처럼 제공되던 남의 답을 내려놓고, 자신의 답을 찾으려고 하는 상태다. 자신의 답이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해진 상태다.

이러한 호소는 우리 주변에서 빈번하게 들려온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분명 제가 지금 하는 이게 사회적으로나 가족을 생각해도 맞는 길인데, 현재 나름대로 잘한다고 인정도 받고 있는데, 왜 저는 다른 게 하고 싶을까요? 제가 아직 철이 없고 세상을 몰라서 그런 걸까요. 사람이 자기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 수 없다는 건 저도 잘 아는데 제가 너무 이기적인 걸까요.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하겠다고 하면 부모님이 실망하실까 봐 그게 제일 두려워요. 부모님은 저 때문에 당신들의 인생을 희생해오셨는데, 저는 그 은혜를 갚기는커녕 오히려 더 걱정만 끼쳐드리려고 하고 있으니 정말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차라리 부모님이 안 계신다면 그냥 부담 없이 혼자 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가끔은 이런 상황이 답답해서 화도 날 때가 있어요. 모두가 다 기분 상하지 않고 만족하려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떨리는 마음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아직 그 떨림의 의미가 명료하게 이해되지는 않은 마음이다. 다만 이것만은 확실하다. 이 떨리는 마음은 모든 이의 삶에서 가장 핵심적인 마음이다. 정말로 살고자 하는 이는 떨리는 마음을 반드시 체험하게 된다. 붓다도 늘 가득했던 마음이다. 그렇게 우리가 떨고 있을 때, 붓다도 우리와 함께 떨고 있었다.

 

두려움이 만드는 꿈의 낙원

싯다르타가 출가를 감행했을 때 하늘에서 들려오던 큰 우렛소리는 무엇을 의미할까? 크게 혼날 것 같은 두려움이다. 떨림은 먼저 두려움으로 알려진다. 사나운 급류, 험준한 계곡, 높은 산, 타오르는 불길은 모두 다 이 두려움의 소재들이다. 두려움 앞에 개인이 굴복하여 그가 원래 속해있던 곳으로 얌전히 발길을 돌리게 만드는 작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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